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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1번 교향곡 완성한 브람스, 그 이유 뭘까

중앙일보 2019.11.12 09:00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4)

작곡가 하이든은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다. 모차르트는 4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고 베토벤은 10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베토벤의 계승자가 되고자 했던 브람스는 4곡만의 교향곡을 남겼다. 시대가 지나면서 대가들의 교향곡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예술은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도 중요했지만, 작곡가의 기질도 교향곡 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브람스는 이런 면에서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64년의 생애 동안 모두 4곡만의 교향곡을 발표했고, 그 교향곡들은 당대 최고의 교향곡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브람스는 64년의 생애 동안 모두 4곡만의 교향곡을 발표했다. 그의 첫번째 교향곡은 43세가 돼서야 공개됐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브람스는 64년의 생애 동안 모두 4곡만의 교향곡을 발표했다. 그의 첫번째 교향곡은 43세가 돼서야 공개됐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브람스의 교향곡 수가 적은 것은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이 43세가 돼서야 발표된 것에 기인한다. 브람스가 첫 번째 교향곡에 착수한 것이 청춘의 나이인 22세 때였고, 그 곡을 완성해 발표한 것이 중년의 나이인 43세 때였다. 그는 이 교향곡의 완성에 젊은 날의 명예를 걸었다.
 
브람스는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진 데다가 성격도 까다로운 편이었다. 첫 번째 교향곡이 21년이나 걸린 것도 그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언젠가 브람스의 친구가 브람스에게 왜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작곡가의 대답은 이러했다.
 
“베토벤의 위대한 발소리를 등 뒤에서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는가!”
 
이처럼 베토벤이 세워 놓은 교향곡의 전통과 수준이 브람스에게는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그는 섣불리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했으며 무려 21년 동안이나 공을 들인 후에 세상에 발표했다.
 
오랜 걸린 교향곡이었지만 결과는 쾌거였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로부터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뷜로가 간파한 대로 브람스의 첫 번째 교향곡은 베토벤의 유산을 이어받은 뛰어난 작품이었다. 뷜로가 말했던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브람스의 첫 번째 교향곡은 베토벤의 유산을 이어받은 뛰어난 작품이었다. 뷜로가 말했던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사진 pxhere]

브람스의 첫 번째 교향곡은 베토벤의 유산을 이어받은 뛰어난 작품이었다. 뷜로가 말했던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사진 pxhere]

 
교향곡 제1번의 완성에 21년이나 걸렸지만, 브람스의 다른 교향곡들이 모두 오래 걸린 것은 아니었다. ‘교향곡 제2번’은 ‘교향곡 제1번’이 발표된 다음 해에 곧바로 완성되고 발표됐다. 교향곡 제2번은 1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정황도 브람스의 성격에 대해 분명한 정보를 전해준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발표를 자제하지만 일단 만족스러운 경지에 이르면 곧바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브람스는 분명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브람스는 자신이 만들던 작품들을 미련 없이 폐기하기도 했다. 작곡하던 음악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그리던 악보가 없어지곤 했다. 그가 만들던 뛰어난 음악들이 난로 속으로 들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21년간의 노력 끝에 최고의 교향곡을 발표하면서 브람스는 유명한 공연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 이 명곡을 사회의 화젯거리로 삼지도 않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21년간의 노력은 브람스를 더욱 깊이 있는 예술가로 이끌었다.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경외심으로 바라보았고 교향곡 발표를 두려워하였지만, 그런 노력과 결과에 세상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베토벤의 유산을 물려받아 최고의 교향곡을 발표하면서 더 많이 성숙했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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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 이석렬 음악평론가 필진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 음악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이제 바쁜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는 반퇴 세대들이 있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문화적으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장을 방문하고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음악이 함께 하는 삶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본 연재물은 음악의 즐거움을 환기하고 음악을 통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음악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한다.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를 갖고 삶을 더욱더 아름답게 채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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