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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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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트럼프 애태운 중동 석유수송로, 먼저 달려간 아베의 야심

중앙일보 2019.11.12 06:45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이 7일 페르시아 만 바레인의 마나마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본부에서 다국적 지휘통제부인 ‘동맹 태스크포스(CTF) 센티널’을 정식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5함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호위연합에는 미국·영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알바니아의 7개국이 참가한다.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컴함(왼쪽)의 지난 5월 8일 훈련 모습. 이 항모는 중동 석유 수송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김장이 고조되자 인근 오만해에 최근 배치됐다. [EPA=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컴함(왼쪽)의 지난 5월 8일 훈련 모습. 이 항모는 중동 석유 수송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김장이 고조되자 인근 오만해에 최근 배치됐다. [EPA=연합뉴스]

 

[채인택의 글로벌줌업]
중동 석유수송 지킴이로 먼저 나서
해상자위대 군함 1척 추가 파병키로
이란 관계 고려 호위 연합에는 불참
트럼프 요구대로 중동 파병 성의 보여
분담금 압박 대응, 자위대 영역 확대도
한국, 미·일에 동시 대응할 파병 필요성

다국적 석유수송로 호위연합 7일 발족

이 연합은 중동 석유수송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 즉 안전항해 확보가 목적이다. 실질적으로 석유수송로에 대한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호위연합의 활동은 순양함과 구축함 등 대형 군함은 요충지를 감시하고 소형 군함은 해역을 순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항공 감시도 할 계획이다.  
1995년 발족해 바레인에 기지를 둔 제5함대는 중동·중앙아시아를 맡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의 핵심 해군 전력이다. 아라비아 반도 동북부의 페르시아 만과 서부의 홍해, 동부의 아라비아해(아덴만·오만해 포함)와 그 남쪽의 인도양 일부 등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 동북부 해역을 담당하며 석유 수송로의 안전 확보를 도맡아왔다.  
중동 바레인의 미국 해군 제5함대 본부에서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이 다국적 지휘통제부인 ‘동맹 태스크포스(CTF) 센티널’ 발족식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영국 해군, 바레인 해군의 지휘관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바레인의 미국 해군 제5함대 본부에서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이 다국적 지휘통제부인 ‘동맹 태스크포스(CTF) 센티널’ 발족식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영국 해군, 바레인 해군의 지휘관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로 긴장 고조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5월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과 이란이 체결한 이란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페르시아 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석유 수송로의 안전을 이 지역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이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선 지난 6월 12일 호르무즈 해협 서쪽 입구인 UAE 동부 푸자이라항 인근 해역에서 선박 4척이 공격을 받고 사우디 유조선 2척이 손상을 입으면서 긴장이 실질적으로 고조됐다. 당시 미국은 동영상 자료 등을 제시하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자신들이 이득이 없는 행동을 왜 하겠냐며 이를 부인했다.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이 지난 7월 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훈련하는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이 지난 7월 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훈련하는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미, “석유 수입하는 한·일이 경비 맡아야”  

그럼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6일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페르시아만에서 생산한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중국·한국을 지적하며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열려있도록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호르무즈 파병 요청 의사를 처음으로 비친 셈이다.  
트럼프 6월 24일 트윗에서 “중국은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91%를, 일본은 62%를 얻으며, 많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위해 이 항로를 보호하고 있는가. 이런 나라 모두는 자신들의 배를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에 중동 유조선의 호위 활동을 위해 파병하라고 대놓고 압박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이 구성됐다. 미국의 마크 에스퍼국방장관은 당시 30여 개국이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외에 6개국만 동참했을 뿐이다. 독일은 미국 주도가 아닌 유럽 중심의 호위 전력 파병을 검토한다며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영국도 파병에 반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설득하면서 군함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6월 13일 이란과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 사이의 해역에서 의문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대형 유조선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이란과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 사이의 해역에서 의문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대형 유조선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 미국 주도 호위연합 대신 독자 파병  

주목할 점은 일본의 태도다. 일본은 10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중동 해역에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독자적으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중동의 아덴만에 호위함 1척과 P3C 오라리온 해상초계기 2대의 파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석유 수송로 경비 목적으로 호위함 1척을 추가 파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당시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전, 일본과 관계되는 선박의 안정보장을 위해 독자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도하는 호위 연합에는 파견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군함을 이 지역에 파견함으로써 미국 측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 셈이다.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지난 6월 초 일본 총리로선 41년 만에 이란을 방문해 미국과의 갈등 중재외교에 나섰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베의 이란 방문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 방문일에 호르무즈 해역에서 유조선이 피격되면서 빛이 바랬다. 그런데도 이란에 중재를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만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만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미·이란 인심 얻고 자위대 확대까지

결국 일본이 중동에 군함을 추가 파견하면서 독자적인 활동에 나선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트럼프의 석유수송로 보호 요청도 들어주면서 미래를 대비해 이란의 기분도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추가 파병 목적을 대외적으로 굳이 ‘정보 수집’이라고 한 것은 평화헌법과 일본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동 추가 파병으로 자위대의 국제 활동을 강화하면서 현재 헌법상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실질적인 군대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도도 뚜렷하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추가 파병하는 자위대 호위함의 활동 해역으로 호르무즈 해협 동쪽의 오만해, 아라비아해 북측의 공해, 그리고 예멘과 아프리카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크게 두 곳인 중동 석유 수송로의 급소를 모두 활동 영역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다.  
 중동 석유 수숭로의 급소인 호르무즈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지역에 이미 해적 퇴치 목적으로 파견한 해사자위대 호위함 외에 1척을 추가로 '정보수집' 명분으로 보내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경비에 동원할 계획이다.

중동 석유 수숭로의 급소인 호르무즈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지역에 이미 해적 퇴치 목적으로 파견한 해사자위대 호위함 외에 1척을 추가로 '정보수집' 명분으로 보내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경비에 동원할 계획이다.

  

일, 호르무즈 물론 바브엘반데브까지 활동  

급소의 하나는 이란·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오만 등 산유국에 둘러싸인 페르시아 만의 유일한 출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홍해의 남쪽 관문에 해당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UAE에 둘러싸였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멘과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지부티,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로 둘러싸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동서로 167㎞, 남북으로 96~39㎞의 좁은 수로로 글로벌 석유 수송로의 ‘병목’이다. 페르시아 만은 세계 석유의 젖줄 중 하나로 특히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원유와 가스 공급을 사실상 도맡고 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로의 목줄을 위협할 수 있는 곳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폭이 26~50㎞d 지나지 않는 좁은 바다로 중동과 유럽,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바닷길이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화물이 반드시 거쳐야 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은 호르무즈 해협에 못지않다. 게다가 이 해협은 실질적인 군사 공격 위협이 도사린 드문 바닷길이라는 데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갖추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온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때문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도.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세계 석유 수송로의 급소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석유수송로 보호를 명분으로 이 해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위키피디아]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도.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세계 석유 수송로의 급소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석유수송로 보호를 명분으로 이 해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위키피디아]

 

예멘 반군, 중국산 지대함 미사일로 해협 위협

후티 반군은 사거리 120~180㎞의 중국제 지상발사대함 순항미사일인 C-802(나토명 CSS-N-8 사케이드)를 확보해 이 해협의 안전 항해를 실질적으로 위협해왔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2015년과 2016년 국제 해역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여러 차례 조준하며 위협해왔다. 심지어 2016년 10월에는 이 해협의 북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만재배수량 9200t의 미 해군 얼레이버크급 구축함 메이슨함과 만재배수량 1만7000t의 오스틴급 강습상륙함 폰스함에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미 해군의 요격미사일인 SM-2에 의해 요격됐다.  
일본 정부는 이런 해역에 자위대 군함을 추가로 파견해 중동까지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의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와 미국의 경비 부담 압박을 이용해 조용히 자위대를 글로벌 군대로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위대를 군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일본의 평화헌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상황이다. 
 

미 분담금 압박과 일 자위대 확장 동시 대응

한국은 현재 중동 아덴만에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구축함 1척을 파견해 청해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청해부대는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1만t급 화물선 삼호주얼리호의 선원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청해부대 소속 UDT/SEAL 팀이 피랍 선박을 급습해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으며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했다. 대한민국의 준비된 군사력을 중동 지역에 추가로 전개해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을 완화하고, 일본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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