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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회혁신” 외치지만 국고보조금 개혁 7년째 ‘나 몰라라’

중앙일보 2019.11.12 05:00
11일 오후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박주민 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이 국회혁신 방안 4가지를 제시했다. ①의안이 발의된 후 지체가 없도록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건으로 자동 상정되도록 하고 ②본회의·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그 횟수에 따라 페널티(penalty·벌칙)를 부여하며 ③입법 과정에서 국민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고 ④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국회혁신과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등의 당론 발의 여부를 확정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찬반 토론이 길어지면서 오는 18일 예정된 의총으로 결정을 미뤘다. 초점은 대개 ‘회의 불출석시 페널티’에 맞춰져 있었다. “지역구 활동 등도 있는데 국회의원 활동을 본회의·위원회로만 국한할 수 있느냐”는 게 핵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특위는 본회의를 보이콧(boycott·거부운동)하는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정치자금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보이콧 자체가 정치 활동이라는 측면이 있지 않으냐”는 견해가 나왔다고 한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원은 정치 집단인데, ‘정치의 영역과 공간을 상당 부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과 ‘그러면 어디까지 제도화해야 하느냐’는 토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정량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 원내대변인은 “아마 다음 주 중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20대 국회 내 통과를 자신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정 원내대변인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야당도 일부 동의하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강조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는 20대 국회 내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의총에서 발표된 나머지 관련 법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 8월 26일 오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6일 오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혁신’이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정치개혁 과제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형태로 정리한다. 여기에는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 영역을 규정해야 하거나, 기타 법과의 큰 충돌 없이 불합리한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이 제 머리 깎기 어려운 탓에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대신 과제를 던져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선거비용 이중보전 문제다. 공직선거법 제122조의2에 규정된 선거비용 보전은 2000년 선거공영제의 하나로 도입됐다. 이보다 앞선 1991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정당에 선거보조금이 지급되는데, 문제는 각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이 선거비용으로 쓰이면 득표율에 따라 전액(15% 이상 득표시) 또는 반액(10~15% 득표시)을 보전한다는 점이다. 한번 선거보조금을 지급했는데, 또 선거비용으로 보전해주는 ‘이중 국고 지원’인 셈이다.
 
이에 선관위는 2013년 “정당에 선거비용 보전 금액을 지급할 때 해당 정당에 이미 지급된 선거보조금 액수를 감액해 지급하도록 해 사실상 이중 국고 지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개정의견을 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지난해 12월 6일 단 하루다.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위 2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상정됐는데, “그러면 선거보조금 자체를 없애면 되지 않느냐”(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는 주장에 막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국회의사당 본청 전경.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본청 전경. [중앙포토]

정병국 의원안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17년 19대 대선까지 모두 12번의 선거에서 4489억원의 선거보조금이 각 정당에 지원됐고, 이 보조금의 대부분은 선거비용으로 보전돼 정당 재산으로 귀속됐다. 정당 선거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고보조금 대부분이 정당 배를 불려주는 데 쓰였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있는 해는 정당 입장에선 ‘대목’”이란 말까지 나온 지 오래다. 이런 국고보조금의 출처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 혈세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보조금이 전부 선거비용으로 쓰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상 용도제한 규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정당 보조금 체계 전반을 같이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각 정당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개정의견을 낸다고 한들 국회 논의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국회 혁신’을 하겠다는 데 뭐랄 순 없지만 여당 내 돌아가는 논의 상황을 보면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적지 않아 보인다. 혁신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7년째 나 몰라라’ 상태인 선거보조금 이중보전 문제부터 개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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