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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집 지키는 조국 수호대…"오직 바라는 건 조국일가의 평화뿐"

중앙일보 2019.11.12 05:00
‘조국 수호대 오전 상황입니다. OO언론사에서 나와 있어 돌려보냈습니다.’

‘야간 상황입니다. 스토킹 경고문을 붙여 놓고 왔습니다.’

‘지금 (방배동) 인근 거주자 세 분 정도 필요합니다. 시간 되는 분 쪽지 주세요.’

 
최근 ‘조국 수호대’를 자처한 이들의 SNS에 올라온 글들이다. 주로 20~4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달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인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언론사 취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밤까지 '조국 지킴이' 자처한 그들

조국 전 법무장관을 취재하려는 사진기자 앞에서 담요를 흔드는 지지자의 모습. [TV조선뉴스 캡처]

조국 전 법무장관을 취재하려는 사진기자 앞에서 담요를 흔드는 지지자의 모습. [TV조선뉴스 캡처]

이들은 주로 아침 8시부터 기자들이 철수하는 밤까지 7~8명이 교대로 조 전 장관 집을 지킨다. 조 전 장관을 촬영하려 하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종이와 외투로 가리거나, ‘사생활 침해’라며 말하는 게 이들의 주된 일이다. 취재진에게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 17조나 지나친 사생활 침해를 금지한 취재윤리강령이 적힌 A4 용지를 들이밀기도 한다. 집을 나서는 조 전 장관을 찍으려는 사진기자와 이를 막으려는 수호대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구청이나 경찰서에 민원을 넣어 직원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취재진이 철수하지 않으면 기자들을 따라붙으며 영상을 촬영한다. “기자들이 조 전 장관을 스토킹하니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근엔 돌아가면서 언론사 데스크에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할까. 조국 수호대를 처음 결성한 A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자신을 ‘40대의 평범한 주부이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이자 조 전 장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SNS로 소통, 닉네임으로 불러…자택 취재는 스토킹" 주장

 자택을 나서는 조 전 장관. [연합뉴스]

자택을 나서는 조 전 장관. [연합뉴스]

 
Q. 조국 수호대를 만들게 된 계기는.

A. 지난달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 한 통신사에서 그의 귀가 모습을 촬영해 보도한 걸 보고 분노해 집에서 나왔다. 트위터에서 만난 유저와 함께 무작정 방배동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 순찰을 한 게 시작이다. 기자 한 명을 만나 ‘스토킹은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설명했더니 돌아가더라.

 
Q. 조직의 규모와 소통 방법은

A. 정확한 인원은 나도 모른다.  내가 트위터에 ‘지금 3명 정도 오실 분 있느냐’고 올리면 쪽지가 온다. 쪽지 보내지 않고 자발적으로 오는 분도 있다. 현장에선 서로 닉네임으로 부르고 자세한 신상은 묻지 않는다.

 
Q.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A. 조국 일가의 평화다. 조 전 장관이 먹고 자고 하는 부분에서만큼은 편했으면 한다. 찍으려면 구치소나 법원 가서 찍으라는 얘기다. 조 전 장관의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것도 아닌데 언론의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는 이렇게 안 하면서 불공평하다.

 
Q. 취재 활동을 물리적으로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A. 우리도 나름의 규율이 있다. 가급적이면 몸싸움은 피하고, 취재기자 영상을 찍기 전에 미리 당사자에 고지한다. 여러 곳에 분산해 주민들에게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활동한다. 시끄럽게 몰려오는 태극기 부대와 비교하면 불쾌하다.

 

"지지자들이 언론 취재 틀어막는 건 정당한 방법 아냐" 비판도

A씨는 조 전 장관이 공인이 아니라 사인(私人)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사퇴한 지금은 언론사에서 그의 동향을 과도하게 취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택이 취재 장소가 되거나 일부 언론이 조 전 장관의 등산 장면 등까지 보도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들이 언론 취재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전직 장관의 경우 법적으로 공인으로 인정되며, 특히 검찰 소환을 앞두고 집 앞에 가서 취재한다는 것만으로 이를 불법 행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취재 과열에 대한 비판을 가할 순 있지만 이를 취재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나서서 방해하는 것까지 허용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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