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윤경의 이코노믹스] 지방 부동산 침체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2019.11.12 00:35 종합 26면 지면보기

벼랑 끝에 몰린 지방 주택시장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 수출·투자·내수 모두 부진한 삼중 악재다. 그나마 주택 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와 내수를 조금이나마 떠받쳐 왔지만, 이제는 오히려 경제 성장에 짐이 되고 있다. 모두 서울 집값만 쳐다보는 사이, 지방 주택시장은 우리의 관심 밖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서울 수도권 빼면 최악의 침체
경남·경북·강원 미분양 심각
주택시장 침체로 연체율 뛰고
급속한 금융 부실화 확산 우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경북·경남·충북은 전 고점 대비 올 상반기까지 20% 이상 하락했다. 울산·충남·강원·부산은 10% 이상 집값이 빠졌다. 지수는 지역 평균을 의미한다. 실제 현장에 가면 20% 이상 하락한 주택도 많다. 하락 기간도 장기화하고 있다. 충북·경북·충남·경남은 3년 이상 주택가격 하락세다.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은 하락세가 20개월을 넘어섰다. 하락 폭이 크지 않아도 하락세의 장기화는 지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을 꺾을 수 있어 부정적 여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방 중소도시 주택시장은 지역 경제 악화의 영향을 직접 받아 주택가격 하락 폭이 상상 이상이다.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최고점 대비로 보자. 경남 거제시 34.6%, 창원시 의창구 22.6%, 울산 북구 22.5%, 경북 포항시 북구 22.6%, 충북 충주시 17.7%, 전북 군산시 17.2% 하락했다. 시·군·구 단위는 실거래가지수가 발표되지 않는다. 실거래가의 변동성이 시세에 비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주택가격 하락 폭은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침체 상황 심각
 
대권역별 지방 시장을 구체적으로 진단해보자. 부산·울산·경남을 포괄하는 부·울·경 권역은 수도권 다음으로 물량 규모가 큰 시장이지만, 리스크가 가장 확대되고 있는 시장이다. 경남의 미분양은 금융위기 때의 최고치 대비 80% 수준까지 육박했다. 시세지수로 볼 때도 울산과 경남의 군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가 1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부산도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10% 이상 하락했다.
 
더구나 수요자의 자금 여력이 녹록하지 않아 연체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인구 감소, 경기 악화 등 지역의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나아질 가능성은 작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발생하지 않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사고가 2019년 들어 경남에서 2022억원 발생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대경 권역은 대구와 경북의 차별화가 극심하다. 투기과열지구인 대구 수성구와 경북 중소도시 상황은 극과 극이다. 포항·경주·구미·안동시는 15% 이상 집값이 하락했고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경북의 광공업생산지수를 확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현재가 낮고 7년째 하락세다. 지역을 받치는 제조업 상황이 최악으로 수요 여력이 미미하다.
 
강원과 제주는 투자수요 유입과 올림픽 특수를 누리면서 공급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대출 증가 부담은 동일하다. 특히 강원은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 적체 수준도 경북만큼이나 부담스럽다. 충청권과 전라권은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충청권은 인구 및 제조업 상황이 상대적 우위로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 리스크 해소 가능성은 존재한다. 전라권은 그동안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았던 점이 장점이다. 결국 부·울·경, 대구·경북, 강원·제주 순으로 주택시장의 침체 정도가 높아 보인다.
 
주택시장에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왜 문제일까. 주택시장 리스크 확대는 집주인과 건설사 그들만의 문제인가. 이제 주택시장은 금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있다. 사람들이 집을 사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건설사는 금융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이나 보증상품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한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고 가계의 지급능력이 낮아지면 연체가 발생하고 부실채권이 증가한다. 미분양이나 미입주가 증가하면 PF대출 부실에 이어 보증사고 증가로 이어진다. 어떤 경로가 되었든, 주택시장의 침체는 금융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에서 시작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를 강타했다. 물론 지금의 지방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연체율 상승, PF 부실 등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49.4%로 하향 안정세지만, 지방은 평균 LTV(56.2%)가 수도권에 비해 높고 상승 추세다. 지방 시·도의 연체율도 대부분 상승했다. 최근 2∼3년간 비교적 고금리인 기타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아졌다.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가 악화한 것이다. 사상 최저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기와 주택 경기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방의 가계금융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리스크 현실화 가능성
 
신규시장의 공급자 금융 상황도 조심스럽다. 신규시장의 자금조달은 사업 기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다. 사업 진행 단계에 따른 현금 흐름을 계산하고 분양과 입주를 통해 자금이 유입된다. 그런데 미분양과 미입주가 대량으로 발생하면 공급자는 추가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재무능력이 열악하고 대응력이 미흡할 때는 대규모의 자금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리스크가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다. 경남·경북·강원 등 특정 지역의 미분양 상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전국 미분양 숫자에 안심할 때가 아니다.
 
더 큰 문제로 이어지기 전에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절한 리스크 분담을 통해 주택시장 침체가 금융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금융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높은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해 우선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본과 다주택자가 리스크를 분담해줘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건수 제한 완화, 주택도시기금의 민간임대주택 매입자금대출 재개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추가로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매입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거제시 등 지역 경기 악화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차주에 대한 금리·대출 기간 등 대출 조건 변경 지원도 가능하다. 이제는 지방 시장 악화 상황에 맞춘 단계적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때다.
  
일본은 지방 창생으로 도시 쇠락 막아
주택시장 침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제조업 기반의 지방 중소 도시다. 경남 거제·창원시, 경북 포항·구미시, 전북 군산시는 지금까지 지방의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하지만 제조업이 악화하면서 인구가 빠져나가고, 이에 서비스업이 악화하면서 주택 및 부동산시장까지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 여파로 지방 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 지방 중소도시의 산업 구조 개편은 더디거나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같은 고민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다. 2014년 ‘지방 창생법’을 제정해 인구감소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일자리 창생’ ‘사람 창생’ ‘마을 창생’을 동시에 꾀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 공간은 간결(Compact)과 네트워크(Network)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도시기능을 내부에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주거·공공·의료·상업 등 주요 시설을 일정한 범위 내로 모아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시가지 공동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공교통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시민의 편리는 개선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전략 특구와 연계해 지방 창생 특구를 도입했다. 예를 들면, 아키타 현의 국유임야를 활용해 식품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고 드론 실증 특구로 지정해 드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만, 미래 기술 변화에 대응한 산업구조로의 개편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중소도시는 인구감소와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중장기적 과제를 안고 있다. 단기적 처방책뿐 아니라 공간정책과 산업정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부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