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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걸리 3000원도 부담”…바닥 경기 청와대만 모른다

중앙일보 2019.11.12 00:33 종합 34면 지면보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0일 열린 청와대 초청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모처럼 쓴소리를 했다. “손님들이 막걸리 한 통 3000원도 부담스러워 막걸리집 대신 인근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단골 막걸리집 주인 얘기로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전한 것이다. 사실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손 대표가 언급한 북한산 인근 막걸리집뿐 아니라 직장인이 밀집한 서울 도심의 오래된 식당조차 저녁엔 손님 구경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직장인 단체 회식이 크게 줄어든 탓도 있지만 “주머니가 비어 있다”는 손 대표 표현대로 바닥 경기가 식은 게 더 큰 요인이다.
 

청와대 “수치 좋은데 홍보 탓에 국민 체감 못해”
장사 안 돼 빚·공실 급증 현장 목소리 경청하길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정책 실험 탓에 자영업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급속한 주 52시간제 도입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와중에 수요 부진으로 매출은 오히려 꺾이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자영업자의 대출 잠재부실률(30일 이상 연체 비율) 상승이 이를 말해 준다. 손님이 없어 아예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도 늘다 보니 공실률 역시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주요 상권인 서울 신사역 주변 소규모 상가는 2017년 1분기 빈 곳이 한 곳도 없었지만 올 2분기엔 공실률이 18.2%나 됐다. 강남 노른자 상권에 있는 매장조차 10개 중 2개는 비어 있다는 얘기다.
 
고통을 겪는 건 비단 자영업자뿐이 아니다. 수출이 고꾸라지는 등 실적 부진으로 기업 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여파로 경제 허리인 30~40대 고용률이 24개월 연속 줄었다.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도 118만 개가 사라지는 등 이 정부 들어 일자리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실에선 이렇게 경기 부진으로 공실이 넘쳐나고 일자리가 없어 다들 못살겠다 아우성인데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청와대의 현실 인식은 이런 바닥 민심과 달리 한가하기 그지없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게 뭐냐”는 질문에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해 비난을 받더니,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고용률이 올랐는데 청년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건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표는 좋은데 홍보 부족으로 국민들이 경제가 나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투다. 정부가 자랑하는 고용률이라는 게 나라 곳간 풀어 억지로 만든 일자리라는 걸 국민들은 다 아는데 청와대만 모르는 모양이다. 청와대 사람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북악산 밑 그들만의 암자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청와대는 왜곡에 가까운 부실 통계지표만 돌려보기보다 지금이라도 손 대표가 전한 현장의 목소리를 찾아가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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