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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베이징 하늘색 바꿨다, 시진핑 측근이 급파한 2000명

중앙일보 2019.11.12 00:05 종합 1면 지면보기

세계는 미세먼지 전쟁 ② 중국 베이징 

중앙일보 본지 취재팀이 베이징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26일(왼쪽)과 올해 9월 8일 징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자금성.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시야가 확연하게 다르다. 사진 강찬수 기자, 유선욱

중앙일보 본지 취재팀이 베이징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26일(왼쪽)과 올해 9월 8일 징산공원에서 내려다 본 자금성.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시야가 확연하게 다르다. 사진 강찬수 기자, 유선욱

지난 9월 11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동쪽으로 20분쯤 차를 타고 나가자 높이 솟은 굴뚝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였다. 이곳 화넝(華能) 베이징화력발전소는 해마다 800만t이 넘는 석탄을 태워 베이징 일대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2013년 미세먼지 1000㎍ 최악
연 3조 투입 화력발전·공장 퇴출
초미세먼지 연평균 90→51㎍으로
“중국 소도시는 미흡, 한반도 영향”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LNG 발전
공장 1000개 내년까지 외곽 이전

 화넝베이징화력발전소 앞 마을에서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 발전소는 2017년에 석탄 사용을 중단했다. [사진 유선욱]

화넝베이징화력발전소 앞 마을에서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 발전소는 2017년에 석탄 사용을 중단했다. [사진 유선욱]

발전소 주변에는 새롭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들이 쭉쭉 뻗어 있었다. 발전소 인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펑씨(40)는 “예전엔 미세먼지가 심각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은 뒤로는 공기가 좋아져 살 만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해 보니 ㎥당 18㎍(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으로 ‘보통(16~35㎍/㎥) 수준이었다.
 

“푸른하늘 지키자”…쓰레기차도 전기로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근에서 전기로 운행되는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유선욱]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근에서 전기로 운행되는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유선욱]

베이징에서는 요즘 ‘푸른 하늘 보위전(保衛戰)’이 펼쳐지고 있다. 말 그대로 미세먼지로부터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다. 베이징의 중심인 천안문 광장에서도 달라진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장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수거하는 트럭에는 ‘Pure Electric Zero Emission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전기로 운행돼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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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원영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공학 박사)는 “요즘 베이징 시내에선 자동차 정비소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최근에는 식당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잡으려고 환경과학연구원 안에 주방시설에 대한 집진장치를 갖다 놓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이게 된 계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대기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주중 미국 대사관에서는 초미세먼지를 측정해 데이터를 공개했다.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던 중국 정부도 2012년부터 초미세먼지를 자체 측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지 두 달 만인 2013년 1월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베이징을 덮쳤다. 1000㎍/㎥이 넘는 최악의 미세먼지를 경험한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 환경과학원 내에 이른바 ‘워룸(War room)’으로 불리는 국가대기오염방지연합센터를 설치했다.
 
2000여 명의 학자를 동원해 지역별 미세먼지 원인을 추적 연구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내놨다.
  

베이징 1000곳에 ‘미세먼지 스파이’

2017년에 설치된 베이징 미세먼지 측정망. [베이징 환경 모니터링 센터]

2017년에 설치된 베이징 미세먼지 측정망. [베이징 환경 모니터링 센터]

베이징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곳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측근이자 환경보호부 부장(장관)을 지낸 천지닝은 2017년 5월 시장에 취임하면서 대기오염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천 시장은 이후 베이징시에서 퇴출할 172개 업종을 발표하면서 연도별 퇴출 시한을 명시했다. 내년까지 1000여 개의 제조업체를 시 외곽으로 옮기기로 했다.

 
베이징시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쓴 돈도 2009년 17억 위안(약 2816억원)에서 2017년 182억 위안(3조15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 돈은 주로 석탄 보일러 교체, 노후차와 오염 기업 퇴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입됐다.  
 
베이징시 환경과학원 고위 관계자는 “베이징시 전체에 1000곳 이상의 초미세먼지 측정망을 구축, 이른바 ‘미세먼지 핫스폿’으로 불리는 고농도 장소와 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베이징 내 325개 마을의 공기 질을 평가하는 데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전쟁 효과 나타나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베이징에서 벌어진 미세먼지와의 전쟁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PM10)는 1998~2017년 55.3% 줄었다.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2013년에는 연평균치가 89.5㎍/㎥으로 ‘매우 나쁨(7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1㎍/㎥으로 43%가량 줄었다.
 
유영숙 한·중 대기질공동연구단장은 “공장이나 오염원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올 3월 베이징의 미세먼지 조성을 분석한 결과 황산화물의 함량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에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면서 화물차나 건설기계 등 고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베이징의 미세먼지 개선 수치를 근거로 들며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우리는 (미세먼지) 오염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고, 풍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가 지난해에 12.1%, 올해는 10.9%가량 줄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이징 외곽 오염 여전히 심각 

베이징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서울에 비해서는 오염도가 높다. 천권필 기자

베이징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서울에 비해서는 오염도가 높다. 천권필 기자

하지만 베이징이 푸른 하늘을 되찾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게 사실이다. 여전히 베이징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베이징 주변 지역에 오염시설이 여전히 많다 보니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추·동절기 동안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와 주변 지역 28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보다 오히려 6.5% 증가했다. 이들 도시의 중(重)오염 일수 합계 역시 총 624일로 2017년(456일)보다 36.8%가량 늘었다. 
 
중국 측 전문가들도 "5개년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강력한 단속과 규제로 목표를 초과 달성한 뒤 지난해 단속이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단속을 느슨하게 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베이징 등 대도시 중심의 미세먼지 감축 정책이 지방의 오염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불렀다는 중국 연구진의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생태환경부는 올해 추·동절기에 징진지와 주변 지역 28개 도시의 초미세먼지를 4% 낮춘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시즌제 대책을 내놨다.  
 
524만 가구의 난방 에너지를 석탄에서 가스·전기로 전환하고, 고농도 발생 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한 긴급 감축 리스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원 대표는 “앞으로도 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강제 이주를 지속하는 등 베이징의 환경 규제는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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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권필 천권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