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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미세먼지 개선 됐는데 서울 공기 왜 이러나

중앙일보 2019.11.12 00:05 종합 8면 지면보기

세계는 미세먼지 전쟁 ② 중국 베이징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의 칭다오특수강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산둥성 칭다오 외곽의 칭다오특수강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배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베이징 오염이 개선됐지만 서울의 초미세먼지 오염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를 근거로 중국 정부는 “한국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 아니고, 한국 자체에서 배출된 오염 탓”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항구·선박 오염물질 여전
한국 가까운 산둥 등 소각장 몰려
환경기술 중국 전수도 호응 적어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면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중국 대도시는 대기오염이 개선됐지만 소도시나 농촌 지역은 대도시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구나 선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는 400개가 넘는 항구가 있고, 전 세계 10대 항구 중에서 7개가 중국에 있다. 서해 화물선과 어선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은 편서풍 탓에 중국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서울·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변화.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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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촌 암모니아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다. 드넓은 농경지에 뿌려진 액비 등에서 대기로 배출된 암모니아가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미세먼지로 뭉치기도 한다. 베이징대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중국에서 배출한 암모니아의 양은 1170만t으로 한국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양의 200배가 넘는다.
 
중국에서 최근 도시 고형 폐기물(MSW) 소각시설이 급증한 것도 문제다. 2010년 104개였던 MSW 소각로는 2016년 249개로 늘어났고, 소각 처리 비중도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장쑤·저장·산둥성 등 한국에 가까운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은 소각시설이 몰려 있다. 매립하던 쓰레기를 소각하면 당장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겉도는 한중 미세먼지 협력 

베이징에서 채취한 미세먼지 필터가 검게 변해 있다. [사진 유선욱]

베이징에서 채취한 미세먼지 필터가 검게 변해 있다. [사진 유선욱]

사정이 이런데도 한·중 간 미세먼지 분야 협력은 아직 겉돌고 있다. 지난 9월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중국환경과학연구원 안에 위치한 한·중 환경협력센터. 건물 2층에 있는 작은 연구실에선 인근 옥상에서 측정한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필터가 일자별로 정리돼 있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일수록 필터의 색도 더 검게 변해 있었다.
 
유영숙 한·중 대기질공동연구단장은 “매일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 4개 도시의 미세먼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며 “중국 미세먼지의 원인을 파악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중 환경협력센터는 양국이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의 협력을 위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양명식 한중환경협력센터장(오른쪽)이 한중 미세먼지 협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선욱]

양명식 한중환경협력센터장(오른쪽)이 한중 미세먼지 협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선욱]

하지만 개소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올해 예산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면서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양명식 한·중 환경협력센터장은 “중국은 금융시스템이 한국과 달라 환경부에서 보내준 예산을 아직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인력·장비가 없다 보니 센터 운영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중 간 조직 구성에도 엇박자가 났다. 환경부 본부 공무원 두 명을 파견보낸 한국과 달리 중국 측에서는 생태환경부 공무원이 아니라 산하 기관인 환경과학원 직원들만 센터에 참가했다. 양 센터장은 “2주에 한 번씩 중국 측과 실무회의를 하고 있지만 생태환경부에 보고하는 절차를 또 거쳐야 하다 보니 한·중 간에 협력사업을 만드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며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을 상대하다 보니 협력이 긴밀하게 잘 안 되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매년 100억 예산 투입한 실증사업 실적 저조 

한·중 미세먼지 협력 어디까지 왔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중 미세먼지 협력 어디까지 왔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중 미세먼지 협력의 민낯은 예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미세먼지 대응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미세먼지 관련 국제협력을 위해 지난 4년간 733억원의 예산을 썼다. 올해에도 172억원의 본예산에 더해 206억원의 추경예산까지 투입했다. 대부분이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사업에 쓰였다.
 
특히 해마다 한·중 공동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 사업에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내 대기오염 방지 기술을 중국 내 제철·발전소·중형보일러 등에 적용해 중국 내 미세먼지도 줄이고 기업의 수출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기업이 한국의 환경기술을 이용해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할 경우 한국 정부가 20%, 중국 정부 및 기업이 80%를 부담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초기인 2016년에만 해도 5건, 650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7년에는 실적이 전혀 없었고, 지난해에도 190억원의 계약 체결로 규모가 축소되는 등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양 센터장은 “계약 서명까지 갔더라도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한 번은 산둥성에 있는 철강회사와 계약했지만 국무원에서 감산 명령을 내리며 라인 자체가 없어지는 바람에 무산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환경전문가인 원영재(공학박사) 기후변화실천연대 대표는 “환경부의 목적은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적용해 중국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되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건데, 그야말로 안일한 생각”이라며 “중국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수십조원을 쓰고 있고, 일부 기술이나 정보는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대기 질 측정 자료 공유 도시도 기존 한국 3개, 중국 35개 도시에서 한국 17개, 중국 74개 도시로 확대하려 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기 질 측정 자료 공유를 확대하는 건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한·중 간에 미세먼지 예보 정보를 교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전략적 접근 필요”

조명래 환경부장관과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19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를 하기에 앞서 한중환경협력사업 '맑은 하늘 계획' 업무 협약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조명래 환경부장관과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19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를 하기에 앞서 한중환경협력사업 '맑은 하늘 계획' 업무 협약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한·중 간 협의에 참여했던 한 대기 질 전문가는 “중국 관리들이 한국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저감 기술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 공무원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더라”며 “중국 측이 원하는 기술이 있는데도 이를 활용해 우리가 필요한 걸 얻어내고자 하는 전략이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중국 내 미세먼지 배출의 구성이 한국·일본과 비슷해졌고, 이는 공동의 관심사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2차 생성 미세먼지처럼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나 사업을 모색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차 생성 먼지는 기체 상태로 배출됐다가 대기 중에서 먼지로 뭉치는 것을 말한다.
 
베이징=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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