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표만 된다면” KTX세종역 갈등 키운 정치인들

중앙일보 2019.11.12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지난 7일 충북 청주시 KTX오송역에서 ‘오송역 사수·세종역 저지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가 열렸다. 20여 명의 참석자는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상생과 공조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시는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자”며 건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TX세종역 건설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선거 때마다 ‘된다’ ‘안 된다’ 공방을 주고받던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인데도 아군·적군이 따로 없다. 총리까지 나서 “신설은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세종시 국정감사 때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은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세종역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역 건설을 지지하는 발언이었다. 윤 의원은 민주당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사무총장으로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대표가 임명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반색했다. 그는 국감 며칠 뒤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역은 꼭 필요하다, 세종역 건설을 위한 용역도 발주했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분석(B/C)이 0.59에 불과해 건설이 무산됐지만, 자체용역으로 타당성과 논리를 보완하겠다는 취지였다. 통상 B/C는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세종역이 쟁점으로 처음 부각한 것은 2013년 2월 국토교통부가 ‘제2차 국가철도망계획’을 수정해 세종역 신설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였다. 국토부가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며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전·세종지역 출마자들이 세종역 건설을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 갈등이 다시 깊어졌다. 당시 국토부는 “결정된 게 없다”는 발표를 되풀이했다.
 
2016년 총선 때도 세종역 건설이 민감한 이슈였다. 민주당이 지역발전 공약 중 하나로 세종역 신설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같은 공약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수요가 충분하다”며 여전히 세종역 신설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충북지역은 결사반대다. 세종시 관문인 오송역 위상이 추락하고 KTX가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오송역과 가장 가까운 공주역은 44㎞로 불과 14분 거리다. 이 구간(22㎞)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는 것이다. 충북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역 신설을 저지하겠다”는 공식 입장까지 발표했다. 충남 공주시도 세종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세종역 신설은)세종과 충남·북, 대전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역 신설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세종역 건설 이슈가 등장하자 “정치인들이 오히려 주민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세종역 건설을 놓고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