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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수료 0.5%P 차이? 적립금 1억원 차이!…"수수료 상한제 검토해야"

중앙일보 2019.11.11 16:08
장기간 운용하는 퇴직연금. 수수료에 따라 적립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진 pixabay]

장기간 운용하는 퇴직연금. 수수료에 따라 적립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진 pixabay]

 
연 수익률이 1.01%인데 수수료로 0.47%를 떼어간다면? 누가 봐도 투자할 만하지 않은 금융상품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무려 근로자 603만명이 190조원 자금을 이렇게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해마다 20조원 가까이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 바로 퇴직연금 시장이다.  
 
퇴직연금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수수료는 제자리여서다. 수수료 체계를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수료 0.5%P 오르면 받는 돈 10% 넘게 줄어

퇴직연금은 장기로 운용되는 만큼 수수료율의 영향이 크다. 영국 노동연금부(DWP)의 시뮬레이션(2013년)은 수수료율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영국 DWP는 근로자가 22세에 연간 1200파운드(약 178만원)를 시작으로 68세까지 46년간 퇴직연금을 쌓았다고 가정해 비교했다(연 수익률 7%, 연봉 상승률 4% 기준). 만약 퇴직연금 수수료가 아예 없다면 그가 쌓아둔 퇴직연금은 68세에 70만1800파운드(약 10억4200만원)로 불어나 있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0.5%라면 61만 파운드(9억500만원), 0.75%이면 56만9500파운드(8억4500만원), 1%이면 53만2100파운드(7억9000만원)로 줄어든다. 수수료율 0.5%포인트 차이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1억원 넘게 좌우하는 셈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수료율(펀드 비용 포함)은 증권사 0.72%, 은행 0.54%, 생명보험사 0.52%, 손해보험사 0.46% 순이다. 모든 업권 공통으로 장기(5년) 수익률 대비 수수료율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익률은 쥐꼬리인데 수수료만 꼬박꼬박 떼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은행의 반성?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시작되다

금융회사라고 이를 모르진 않는다. 일부 금융사에서 수수료를 낮춰 받기 시작한 이유다.
 
국민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이 적립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수수료 개편안을 11일 발표했다. 동시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 즉 누적수익이 0 이하이면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준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손실 발생 시 당해연도 수수료 면제, 만 34세 이하에 수수료 감면 등을 시행 중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수료 상한제 같은 규제도 검토해야”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일을 금융권 자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퇴직연금 가입이 법에 따라 의무화돼 있어, 어느 정도 공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비해 가입자는 정보도 부족하고 협상력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시장 실패’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수수료 체계가 부적절하고 요율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감독당국이 나서서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는 과감한 조치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예를 들었다. 영국은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을 도입하면서 2015년 0.75%의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했다. 세제혜택을 주는 준공공적 성격의 퇴직연금의 경우 직접적인 수수료 규제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위원은 “한국도 디폴트 옵션 도입에 맞춰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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