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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원칙’ 대 아베 ‘기본’…지소미아 종료 이후 대비하나

중앙일보 2019.11.11 14:11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만료(22일 자정)를 열흘 남짓 남겨둔 가운데 한ㆍ일 정상이 강경한 원칙론을 다시 확인했다.

문 “지소미아엔 초당적 한목소리 냈으면”

각 당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5당 대표 만찬에서 “지소미아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또 “특히 일본의 경제 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일본은 한목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며 “일본처럼 국익 앞에 초당적으로 한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바람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일 발매된 문예춘추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국정을 운영하는 정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아베 총리의 인터뷰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된 뒤 나온 것이다.

아베, 이낙연 “청구권협정 존중” 이용 역공

한ㆍ일 관계에서 이처럼 문 대통령은 ‘원칙’, 아베 총리는 ‘정권의 기본’을 강조하며 양국 정상 간 더욱 물러서기 어려운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있었던 ‘11분 환담’이 무색할 정도다.  
아베 총리는 문예춘추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ㆍ일 청구권협정을 지키겠다고 했다.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실행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오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뒤에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오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뒤에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단독 회담을 비롯, 다양한 일본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일본이 “한국이 국가 간 조약인 청구권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여론전을 펼치는 데 대한 대응 성격이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역으로 이를 공격에 이용했다.  

유연성 제안에 문 “징용 판결 존중해야”

일본 정부가 현재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및 현금화를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경로로 알려졌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공개적으로 자산 매각을 언급하면서 선을 그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5당 대표 만찬에서 징용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발언에 “일본이 (외교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 강제징용은 대법원판결인데 존중해야 한다”며 완곡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피해자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라고도 했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문 “한국이 일본 안보에 역할”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 자체가 안보에 있어서 일본 안보에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ㆍ일 동맹에 함께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이 일본 안보에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도 말했다고 한다. 이는 일본이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들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것과 지소미아 종료가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한ㆍ일, 서로 “공은 상대편에”  

이 같은 최고 지도자들 간 강 대 강 원칙론 표명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사실상 지소미아 종료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로 공은 상대방 진영에 있다고 강조, 결국 나중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부터 종료까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부터 종료까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단 지소미아에 심폐 소생을 하기 위한 미국이 한·일 압박이 변수다. 15일 제51차 한ㆍ미 연례 안보 협의회의(SCM) 주재를 위한 마크 에스퍼 장관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곧이어 16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선 한ㆍ미ㆍ일 국방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다. 3국 고위급 당국자 간 지소미아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기회는 아직 있다.

에스퍼 미 국방 방한 등 변수

일각에서는 방콕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환담에서 언급된 양국 간 고위급 협의 채널 출범이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 등 지소미아 만료 직전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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