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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도, 김광현도 믿는 안방마님 양의지

중앙일보 2019.11.11 10:17
1일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에서 안타를 치는 양의지. [연합뉴스]

1일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에서 안타를 치는 양의지. [연합뉴스]

프리미어12에 출전중인 야구 대표팀의 안방은 든든하다. '125억원의 사나이' 양의지(32·NC)가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31·KIA)과 김광현(31·SK).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듀오도 양의지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점만 내줬다. 수퍼 라운드(6강)에 진출한 팀 중 평균자책점(0.33)은 단연 1위다. 특히 양현종(호주), 김광현(캐나다), 박종훈(쿠바) 3명의 선발투수는 16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일본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도 "한국의 투수력은 대단하다"고 경계했다.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양의지(왼쪽). [연합뉴스]

김광현과 이야기를 나누는 양의지(왼쪽). [연합뉴스]

한국 투수들의 호투 뒤엔 포수 양의지가 있었다. 진갑용 배터리코치는 "경기 중에는 내가 할 게 없다. 의지가 정말 잘 한다"고 했다. 볼배합이나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 경기 전 상대 분석만 도와주면 된다는 의미다. 대회 전부터 "포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던 김경문 감독도 "의지가 정규시즌 끝난 뒤 힘들었을텐데 일찍 팀에 합류해 열심히 했다"고 칭찬했다.
 
투수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양의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대표팀을 이끄는 두 에이스가 양의지에게 보내는 신뢰는 엄청나다. 양현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뤄 12이닝 동안 2점만 내줬다. 양현종은 "아무래도 스트라이크존이 국내 경기랑 달랐는데 의지 형이 빨리 잡아냈다"고 했다. 
김광현은 철저하게 양의지의 볼 배합에 따르고 있다. 캐나다전에서 77개를 던졌던 김광현은 평소보다 커브와 포크볼을 많이 썼다. 김광현은 경기 뒤 "두 번 정도 고개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김광현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좋으니까 상대가 분석할 것을 알고 커브를 던지자고 했고, 그날 커브도 좋아서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둘보다 제구력이 나쁜 편인 박종훈에겐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전략을 펴 성공을 거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상대했던 고우석(21·LG)에겐 미묘한 투구폼 변화를 알려줄 만큼 눈썰미도 좋다.
 
양의지는 두산 주전선수가 된 뒤 줄곧 리그 최고 선수로 평가받았다. 2018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뒤엔 포수 최고액이자 역대 FA 계약 2위에 해당하는 4년 125억원을 받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5 프리미어12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당시엔 강민호(삼성)와 출전기회를 반으로 나눴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8 아시안게임에선 주전으로 도약했으나 부진한 성적, 대표팀 안팎의 문제로 양의지가 돋보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이야말로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서 돋보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10일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한 양의지와 민병헌. [연합뉴스]

10일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한 양의지와 민병헌. [연합뉴스]

양의지의 매력은 수비력 못잖게 뛰어난 공격력에 있다. 양의지는 신인왕에 오른 2010년에 20홈런을 쳤을 정도로 장타력이 뛰어나다. 올시즌엔 타격왕까지 오르며 정교함까지 뽐냈다. 포수 타격왕은 1984년 이만수(삼성) 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배트 스피드는 뛰어나지 않지만 부드러운 스윙 덕분에 다양한 구종과 위치에 따라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종열 코치는 "양의지는 홈플레이트 앞, 뒤, 높은 곳, 낮은 곳 등 다양한 포인트에서 힘을 실어칠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경문 감독은 양의지가 수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로 하위타순인 8번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양의지는 내심 타격에서도 욕심을 냈던 것 같다. 8일 쿠바전 첫 안타를 친 뒤 NC 선수들이 펼치는 '심장박동' 세리머니를 펼쳤다. 출국 전 "타격왕인데 안타 한 개 치고 세리머니를 하니 창피하다"고 웃었던 양의지는 10일 지바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첫 타격연습에서 여유있게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려보냈다.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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