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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 단 2명···아산초의 파격 제안 "전학오면 집 드립니다"

중앙일보 2019.11.11 05:00 종합 16면 지면보기
학생 수 부족에 시달리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가 타지에서 이사 오는 신입생과 전학생 가족에게 집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이 학교의 내년도 신입생은 단 2명이다.
 

전교 27명 전남 화순 아산초, 전입 유치전
내년도 전학 가족에 파격적 주택 무상임대
초등 졸업후 중학교까지 살 수 있도록 조치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는 2020학년도에 맞춰 광주광역시에서 학교 소재지인 화순군 북면 이천리로 이사 오는 한 가족에게 주택을 무상으로 임대할 예정이다. 이 가족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자녀를 두고 있다. 쌍둥이 자녀들은 내년에 아산초 학생이 된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7명으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6학년 10명이 졸업하면 신입생이 입학해도 전교생이 19명밖에 안 된다. 지방 붕괴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아산초는 광주시에서 차로 40~50분, 화순군 읍내에서 약 1시간 걸리는 외진 곳에 있다. 전학을 오는 학생이 없어 인근 마을에서 출산율이 오르지 않으면 학생 수가 늘어날 수 없다. 아산초는 이미 주변 4개 분교와 통폐합돼 화순 북면 인근 22개 마을에서 학생들이 통학한다. 등하교 때마다 스쿨버스 2대가 마을 곳곳을 돈다. 학교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있다.
 
아산초가 내건 '집 무상제공'은 학생 수를 늘리려는 고민 끝에 나온 파격적인 조치다. 아산초 김경순 교장은 "우리 학교가 화순 읍내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학생을 유치할 방법이 없다"며 "쓰지 않던 옛 교사 관사 부지에 주택을 지어 전학을 유도할 테니 도와달라고 화순군청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12월 완공 예정인 아산초등학교의 학생 유치용 주택 공사 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12월 완공 예정인 아산초등학교의 학생 유치용 주택 공사 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화순군은 김 교장의 제안에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부담하기로 화답했다. 화순교육지원청은 약 1억원 상당의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를 제공한다. 아산초의 '무상 주택'은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건물로 다음 달 완공된다.
 
학교 측은 초등학생 자녀가 졸업해도 중학교까지 이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산초에서 1㎞ 떨어진 곳에는 화순 북면중학교가 있다. 유치원을 다니는 자녀가 아산초에 입학해도 이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다. 아산초는 학부모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졸업 후에도 일정 기간 무상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
 
김경순 교장은 집 문제만 해결되면 시골 학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무상 주택'을 기획했다고 한다. 아산초는 전교생에게 개인 태블릿 PC를 지급하는 등 도시 학교에 못지않은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운동장도 도시에서 보기 힘든 천연잔디다. 백암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깨끗한 환경도 장점이다.
 
반면, 아산초가 위치한 이천리에는 약 70가구가 살고 있지만, 주택 매매나 임대가 어렵다. 주거 환경도 도시보다 열악하다. 김 교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 아산초로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를 서울, 순천, 광주 등 여러 곳에서 받았다"며 "그럴 때마다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 교육 환경을 보여주면 전학을 검토하지만, 집 문제 때문에 돌아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골에도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살 수 있는 청년 주택,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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