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실력 갈수록 느는 中, 떨어지는 日…문제는 대학 입시?

중앙일보 2019.11.11 05:00
중국인의 영어 능력이 크게 향상된 반면 일본인의 영어 능력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中 '보통 수준 유창함' 국가로 '껑충'
韓·日 하락세…WSJ “독해 위주 교육 원인”
해외 노동력 유입·올림픽 등으로
일본에서도 말하기 교육 필요성 커져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의 민간 교육 기관 '에듀케이션 퍼스트'(Education First)의 연례 조사보고서에서 일본의 올해 영어 능력 랭킹은 지난해 49위에서 4계단 더 떨어진 53위로 조사됐다. 반면 중국은 올해 처음으로 하위권(47위)을 벗어나 ‘보통 수준의 유창함’에 해당하는 40위로 올라섰다.
 
스위스의 민간 교육 기관 EF FIRST에서 공개한 2019년 나라별 영어 능숙도 순위. [사진 EF FIRST]

스위스의 민간 교육 기관 EF FIRST에서 공개한 2019년 나라별 영어 능숙도 순위. [사진 EF FIRST]

 
중국인의 영어 실력 향상 비법은 대학입시·졸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교육당국은 작문과 말하기 능력을 대입 시험에 포함시키고, 일정 기준을 넘어야 졸업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 결과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영어 실력이 하향세인 것은 구태의연한 교육방식 때문이다. 오랫동안 읽기와 듣기 중심의 교육을 한 결과, 실생활에선 여전히 영어로 말하는 게 어렵다.  
 
도쿄의 영어교육업체 운영자인 아키 히구치는 WSJ에 "일본도 최근 들어 말하기 교육을 늘리는 추세이지만,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EF 조사보고서는 전 세계 230만명이 참여한 온라인 무료 영어 능숙도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세계 1위는 네덜란드, 이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가 2~4위를 싹쓸이했다. 아시아 1등인 싱가포르는 전체 5위를 차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핀란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5위) 외에 말레이시아(26위)와 홍콩(33위), 인도(34위), 한국(37위)이 비교적 우세를 보였다. 
 
2015년과 2016년 27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2017년 30위, 2018년 31위로 밀렸다가, 올해는 37위까지 떨어졌다. 대만이 한국 바로 아래인 38위, 중국 40위, 베트남 52위, 일본은 53위 순이다.  
 
WSJ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고령화와 소비 축소에 따른 기업의 해외진출 ▲일손부족에 따른 외국인 고용 확대 ▲2020년 도쿄올림픽 대비 등을 위해 국민의 영어 실력 향상에 고심하고 있다.  
 
대입제도 변화가 대표적인 시책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내년도 대입 시험부터 영어과목은 토플(TOEFL) 등 민간시험 점수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4~12월) 때 응시한 2회의 시험 성적표를 지원 대학에 제출하는 형식인데, 저학년 때 연습 삼아 보는 시험 횟수에는 제한이 없는 데다 수험료도 고액이라 학생들의 경제적 격차가 입시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의 실언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BS후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새 영어 시험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의 분수(身の丈)에 맞춰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결국 하기우다 문부상은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제도 도입도 잠정 보류된 상태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이 1일 오전 일본 도쿄 소재 문부과학성에서 대학 입시용 영어 민간 시험 도입 보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이 1일 오전 일본 도쿄 소재 문부과학성에서 대학 입시용 영어 민간 시험 도입 보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역시 지난 2012년 말하기와 쓰기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대입 영어시험 개편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숙련된 영어 교사 부족 등을 이유로 도입이 좌절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