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흑자 자신하더니 ‘역대급’ 재정적자

중앙일보 2019.11.11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나라 곳간에서 나가는 돈(총지출)보다 들어오는 돈(총수입)이 더 많을 것으로 장담했던 정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갈 조짐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는 올해 3분기까지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5조6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와 있다. 1~3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도 사상 최대치인 26조5000억원 적자를 찍었다. 올해 4분기 총수입이 과거 8년간의 평균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더 많은 4조4000억원 규모 재정 적자를 예상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까. 지난 4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기자단 질문에 “연간으로 보면 세수 감소 없이 정부가 전망한 수치(1조원 흑자) 언저리에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결과는 보는 그대로다.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들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틀리는 판에 정부라고 세수 예측이 정확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 빗나갈 조짐이 보일 때 취한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줄곧 세수 부족, 재정 적자에 대한 언론·학계 우려에 확장 재정의 당위성만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에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적극 재정→경제성장→세수 증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을 아예 풀지 말자는 게 아니다. 시장은 ‘역대급’ 재정 적자를 기록할 만큼 나랏돈을 풀고도 정부가 언급한 경제성장은커녕 세수 증대조차 실패한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규제와 노동, 산업 구조 개혁 없이 재정에만 기댄 정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가 궁금하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미·중 무역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확장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확장 재정을 강조할수록 시장은 정부가 계속 나서야 할 만큼 미래 경기가 어둡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정처는 513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평가하면서 “중기재정운용목표까지 확장적으로 제시하면 시장은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정 승수 효과(재정 지출 시 국민소득 증가 효과)만이 아니라 구축 효과(재정적자에 따른 민간 투자 위축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지출 준칙이 있어야 민간도 나랏빚을 매워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지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