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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손학규 靑만찬서 고성·말싸움···문 대통령이 말렸다

중앙일보 2019.11.10 22:47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오후 6시에 시작해 2시간 40분 동안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모친상을 와준 여야 5당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였다. 청와대에선 “비정치적 성격”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회동이 이뤄졌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자리가 그러나 비정치적일 순 없었다. 문 대통령은 협조를 요청했다. 여야 대표들 간 토론이 벌어졌고 고성도 오갔다. 회의 참석자들과 각 정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 국회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부터 노동존중정부를 표방했지만 공약 이행이 되지 않아 불만이 고조됐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며 “일본의 경제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를 놓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계속 관광을 이어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도 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문 대통령도 적극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남북관계도 미국의 요청으로 그 동안 보조를 맞춰 온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과 관련해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북한이 구체적인 핵폐기 방법론을 우리한테 제시한 것인데, 이를 ‘고철’이라고 폄하하는 건 잘못”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지크프리드 해커 박사는 영변이 북한의 핵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라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최소한 50% 이상이라고 하는데 북·미 하노이 협상에서 타결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서는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주문에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등의 처리는 이날 회동의 핵심 논쟁거리였다. 문 대통령은 또 군소 야당의 선거제 개편 요구와 관련,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도 여야 간에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이 문제 잘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반론을 제기했다. “패스트트랙은 한국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맞받았다.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황교안 대표가 “그렇게 라니요”라고 답하며 분위기가 격해졌다. 문 대통령이 양손을 들어 둘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한국당이) 실질적으로 협의에 응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반박하면서도 “앞으로 잘 협의해나가자”고 황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통령 면전에서 뜨거운 (정당 대표들이) 실질적 토론 한 것으로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결국 밥 먹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당이 발간한 경제 정책 대안인 ‘민부론’(民富論)과 외교안보 정책 대안인 ‘민평론’ 책을 청와대에 보내달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가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과 민평론을 잘 검토해 국정에 반영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고,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두 책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서 “개헌안 냈다가 무색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아까 얘기한대로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에 따르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강하게 복구 의지를 밝힌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대해선 황교안 대표도 “당에서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해찬 민주당, 황교안 한국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평화당 대표와 사전 환담을 나눴다. 환담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밝은 표정으로 황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어 이 대표, 정 대표, 심 대표와 차례로 악수를 했다. 환담 자리에는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별도 장소에서 이뤄진 만찬을 위해 평택약주와 함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천한 전북 정읍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을 준비했다고 한다. 메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인한 소비위축을 감안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는 뜻에서 돼지갈비 구이가 포함됐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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