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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참지 않는 90년대생, 전세계 반정부 시위 주도한다

중앙일보 2019.11.10 07:00

“전 세계 시위의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 키워드는 있다. ‘청년(Youth)’이다.” (가디언)  

 
분리독립 지도자 구금에 항의해 바르셀로나 거리에 쏟아져 나온 청년들. [AP=연합뉴스]

분리독립 지도자 구금에 항의해 바르셀로나 거리에 쏟아져 나온 청년들. [AP=연합뉴스]

 
홍콩ㆍ칠레ㆍ바르셀로나ㆍ레바논ㆍ이라크 등 세계 전역에서 일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원인도 양상도 다르다. “1960년대나 80년대 혁명과 달리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게 특징“(이코노미스트ㆍ더타임스)으로 꼽힐 정도다.
 
그러나 10대 후반~20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같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 중에서도 어린 축에 속하는 이들이다. 주축은 ‘90년대생’. 국내에서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 등으로 주목받은 세대다.
 

스펙 쌓아도 일할 곳 없는 현실, 더는 참지 않겠다.

시대를 막론하고 혁명은 언제나 청년의 몫이었다.  
가디언은 “어떻게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어느 시대에서나 정해진 질서를 흔든 이들은 청년이었다”고 설명한다.
 
홍콩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그는 1996년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그는 1996년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지금 다시 청년을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극단적 양극화로 압박받고 있는 세대”(가디언)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41%는 24세 이하로,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인구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인이 됐다. 때문에 “경기 침체, 삶의 질 저하, 긴축 정책을 온몸으로 경험했으며 경제 양극화와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가디언)는 것이다. 
 
경제 문제로 시작된 시위가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 시위는 분리독립 지도자 구금으로 촉발됐지만 “치솟는 대학 등록금, 불안정한 직업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거리로 나간 이유를 ‘독립’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엘파이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이들은 앞선 그 어느 세대보다도 고등교육을 받았다. “국가를 막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졸업생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일자리는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더타임스)라는 것이다.
 
중동 국가 레바논에서도 역시 학생들이 시위의 주축이다. [EPA=연합뉴스]

중동 국가 레바논에서도 역시 학생들이 시위의 주축이다. [EPA=연합뉴스]

 
선진국보다 청년 인구는 더 많은데도 일자리는 모자란 아시아ㆍ중남미ㆍ아프리카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실업 상태에 있는 젊은이는 2700만명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의 격렬한 시위를 보도하며 “시위자 대부분이 학생”이란 점에 주목했다. “(세계적 경제 위기와 불평등이) 정치적 시한폭탄을 만들어내고 있다”(가디언)는 경고도 나온다.
 

SNS 자유자재 활용 … 놀이ㆍ연대의 문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을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는 이 세대의 특성도 중요하다.
국내 도서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첫 번째 특징으로 “참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90년대생의 특징을 다룬 책 『90년생이 온다』에서는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는 통하지 않는 세대”라며 “(무조건) 버티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홍콩 거리에 집결한 시위대(왼쪽)와 텔레그램 일러스트 이미지. [AFP=연합뉴스]

홍콩 거리에 집결한 시위대(왼쪽)와 텔레그램 일러스트 이미지. [AFP=연합뉴스]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대의 민주주의가 더이상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이코노미스트) 점도 90년대생이 거리로 나오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투표장에 가는 것보다 거리로 직접 나가거나 지지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여긴다”(미국 KMTV)는 것이다. 지지하는 후보에 표를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적극적인 '액션'으로 참여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기에 “다른 세상, 다른 삶에 대해 무척 열려있다”(가디언)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특성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NYT와 인터뷰한 이라크의 한 청년은 “우리는 인터넷을 가지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으며 다른 삶을 원한다”고 밝혔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시위. 한 청년이 진압하는 이에 맞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시위. 한 청년이 진압하는 이에 맞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 친화적인 이 세대의 시위 문화에 정부가 대처하는 건 쉽지 않다. 
더타임스는 “홍콩 시위대는 메신저 텔레그램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자 기어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며 “SNS를 통해 공항 점거와 같은 ‘시위 전술’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리더가 없는 경우가 많고, 치밀한 계획에 따르기보다 즉흥적으로 시위가 이뤄진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클래식이 아닌 재즈인 셈”(더타임스)이라며 최근 시위 형태를 음악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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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들은 재미와 연대를 소중하게 여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에게 시위는 힘든 일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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