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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사·LCC 적자 비행에 미·중, 한·일 갈등에…성수기 사라진 하늘길

중앙선데이 2019.11.09 00:37 660호 4면 지면보기

난기류 휩싸인 항공업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와 대기 중인 LCC 항공기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와 대기 중인 LCC 항공기들. [연합뉴스]

국내 항공 업계가 난기류에 휩싸였다.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4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고,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고공비행하던 저비용항공사(LCC) 실적도 올 2분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더구나 내년에는 LCC 사업자 3곳이 새로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인구가 3억2676만명인 미국과 같은 수(9개, 국제선 취항 기준)의 LCC가 좁은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객·화물물동량 내리막 이중고
대한항공 4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
새 주인 찾는 아시아나는 입찰 마감

6개 LCC, 일본행 손님 감소 직격탄
최대 성수기 3분기에도 적자 추정
신규 3개사 가세로 ‘치킨게임’ 예고
정부·국회도 위기 타개 대책 고심

가격 경쟁력 우위 저비용항공도 휘청
 
1960년대 이후 항공업계 비용 추이

1960년대 이후 항공업계 비용 추이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끝났다. 흥행을 고조시킬 SK·GS 등 재벌그룹의 ‘깜짝 입찰’은 없었다. 적격 인수후보로 선정된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르면 15일 전후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우선협상대상자의 확인 실사를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하는 일정을 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모그룹의 재무상태 악화 속에 수익성이 나빠지고 차입 부담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 공고를 내기 전인 6월 말 기준 부채는 총 9조 6000억원이나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1조5000억~2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잔금 납입 후 재무구조 정상화까지 들어갈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가 성공적 M&A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 업계 맏형 대한항공 역시 불안정한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2분기 9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2014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적자를 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에도 순손실이 예상돼 4개 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대한항공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점은 금융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총 25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당시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 주문 물량은 750억원에 그쳤다. 10월 29일에도 총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570억원어치의 주문만 확보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는 회사채 발행 금액의 3~4배가량 주문이 몰린 것과 딴판이었다.
 
국내 주요항공사 분기별 실적

국내 주요항공사 분기별 실적

대형 항공사의 실적 부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항공 업계에 LCC가 본격 출범한 이후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여객 수요를 빼앗겼다. 국내외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항공화물사업도 예전 같지 않다. 전자전기 제품과 기계류 등 부피 대비 마진율이 높은 항공화물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9월까지 대한항공의 누적 물동량은17만617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물동량도 4% 줄었다.
 
몇 년 사이 순풍을 탔던 LCC도 역풍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상장 LCC 4곳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20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3분기 실적에서는 일본 노선 부진이 본격 반영될 예정이어서 어닝쇼크 수준의 손실도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에어서울 상황은 더 심각하다.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스타항공은 매각설까지 돌았다. 자기자본의 절반이 잠식된 상태가 1년 이상 이어지면 국토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고, 그 후 2년 동안 개선하지 못하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비상장 LCC들의 재무 현황을 분기별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LCC 부진은 과잉 공급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3분기 LCC 6개사의 국내선과 국제선 공급석은 1377만 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만 석 늘었다. 그러나 실제 여객 수송 실적은 1148만 명으로 같은 기간 30만 명 증가에 그쳤다.
  
“제5 자유운수권 활용 새 노선 개척을”
 
국내 항공사 보잉 보유현황

국내 항공사 보잉 보유현황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신규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받은 3개 LCC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비행을 시작한다. 오는 22일 양양~제주 노선에 첫 운항하는 플라이강원을 시작으로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가 내년에 선보인다. 세 항공사는 각각 관광연계항공사(TCC), 초저가항공사(UCC), 중장거리 전문 하이브리드 항공사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제주행 국내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치킨게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과 교수는 “국내 관광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기대 손쉽게 성장한 LCC들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해외 관광객을 끌어오는 인바운드 수요를 찾는 한편 해외 거점을 마련해 제5 자유 운수권을 활용한 새 노선을 물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5 자유운수권이란 국적항공사가 우리나라를 출발해 A국가에서 여객과 화물을 싣고 B국가로 갈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이를 이용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항공사는 사회간접자본(SOC)으로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도 현재의 항공산업 위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항공산업협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항공산업 지원 방안과 지속가능발전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건강·최윤신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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