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스퍼 미 국방장관 내주 방한…‘지소미아 연장’ 최대 압박

중앙선데이 2019.11.09 00:30 660호 6면 지면보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9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오는 13~15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뉴시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9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오는 13~15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뉴시스]

22일 자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만료 시한을 앞두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5~7일 방한한 데 이어 다음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3~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서지만 최대 쟁점은 역시 지소미아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후폭풍 우려되는 대일 압박 카드
강경화 “일 규제 철회 안해 입장 고수”
아베 “징용공 문제 양보할 생각 없다”

지소미아 종료 땐 한·미 관계 영향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손해볼 우려

조너선 호프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의 방한을 공식 발표하면서 “지소미아 연장 문제가 한국과 논의할 의제 중 일부”라며 “해결을 낙관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결국 갱신할 것이라고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에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가장 큰 위협인 북한과 중국이 지역 불안을 조장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공개적인 압박에도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만료를 2주 앞두고도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촉발된 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며 “기본 전제가 돼야 할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가 아직은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9일 발매 예정인 월간지 ‘문예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판결로 한국 측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며 “국정을 운영하는 정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소미아 만료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장관도 이날 향후 한·미 동맹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미국에 실망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리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공조를 통해 여파를 최대한 관리하고 결과적으로 동맹을 더 키워나가야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더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 행정부 인사들을 만난 한 전문가는 “아직은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를 직접 연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지소미아가 종료된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고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의지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의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결국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우리의 대미 설득 역량은 약화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핵 협상, 남북관계, 자동차 관세를 비롯한 통상 영역 등 전체 대미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소미아 연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한국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이날 미 국방부는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기존의 ‘비질런트 에이스’보다 축소된 범위로 실시된다고 공식 확인했다.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은 축소 배경과 관련해 “외교관들이 북한과 협상을 계속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식 발표 자체가 북한의 반발을 살 것은 뻔하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감안해 훈련 자체를 취소한 데 이어 올해는 훈련은 하되 소규모로 한·미 독자 훈련을 진행하는 등 ‘로우 키’를 유지하길 희망해온 한국 정부로서는 ‘말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미국이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지소미아 종료는 향후 한·미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강 장관도 이날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북한과 중국이 안보 이익을 본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서 지소미아는 아시아 지역의 패권 다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워놓은 날카로운 창날 중 하나”라며 “한국이 이를 종료하면 미국 입장에선 유효한 무기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랜드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지난 7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과 북한에만 이익을 준다”며 한국을 공개 압박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