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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전쟁, 돈은 돈” 미 기업 192곳 상하이로 몰렸다

중앙선데이 2019.11.09 00:29 660호 9면 지면보기

상하이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의 GE 부스. 미·중 무역전쟁의 회오리 속에서도 192개 미국 기업이 박람회에 참여했다. [AP=연합뉴스]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의 GE 부스. 미·중 무역전쟁의 회오리 속에서도 192개 미국 기업이 박람회에 참여했다. [AP=연합뉴스]

거대한 쇼였다. 전시장 총면적 33만㎡,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참가 기업들은 관객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대충 한 바퀴 도는데도 서너 시간이 휙 지나갔다. 관객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지난 5일부터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의 모습이다. 박람회는 10일까지 계속된다. 중국은 150여개 국가의 기업들을 끌어들여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에 러브콜
시진핑 “자유무역 선봉 설 것” 연설

유럽 등 150개국 기업도 대거 참가
기아차 컨셉트카 ‘퓨처온’ 선보여

“어느 나라(미국)는 시장을 막는다. 그러나 우리(중국)는 연다. 우리가 자유무역의 선봉에 설 것이다. 와서 팔아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일 개막 연설에서 전한 메시지다. 그는 “위험에 빠진 국제 서플라이체인을 재건하는데, 중국이 앞장 설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입박람회에 참가했다. 그 의미는 뭘까. 중국이 이번 ‘국제수입박람회’를 무역 전쟁의 홍보전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시진핑,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
 
작년 이맘때 열렸던 제1회 박람회 때만 하더라도 ‘일대일로 주변 국가를 겨냥한 수입 박람회’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올해는 참가 기업 규모가 거의 두 배 늘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미국, 유럽, 일본 업체만 약 400개. 글로벌 500에 속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진화’를 거듭했다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업체의 대거 참여였다. GE, 듀폰,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 192개가 박람회장을 찾아 중국 소비자를 만났다. 지난해 가장 많이 참가했던 일본을 제치고 국가별 참가 기업 수로 미국이 단연 앞선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 2~3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겁니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어요. 지금 그 흐름에서 밀리면 중국 시장과는 아주 멀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올해 대규모로 참가했습니다.”
 
GE 부스에서 만난 쑨샤오천(孫曉晨)은 참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끼리)전쟁은 전쟁이고, 우리(기업)는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식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에만 손길을 보낸 게 아니다. 미국 정부에 대응해 비장의 카드도 꺼냈다. 프랑스다. 시진핑 주석은 마뉘엘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상하이로 불렀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막식 무대에도 올랐다. 시 주석의 선물은 151억 달러(17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입 품목 리스트. 에어버스 항공기, 에너지, 농산물 등이 포함됐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시진핑의 전략에 프랑스가 말렸다”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빛을 발했다”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프랑스와 가까워지니 다른 유럽 업체들도 달려들었다. 1회 때와 비교하면 유럽 업체들의 참가가 늘었다. 독일계 창고관리 시스템 전문회사인 정하인리치(永恒力)의아이미왕은 “중국 기업들의 ‘독일 기술 사랑’은 최근 들어 더 강력해진 느낌”이라며 “미중무역전쟁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수입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퓨처온’. [사진 한우덕]

현대기아차가 이번 수입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퓨처온’. [사진 한우덕]

이번 박람회가 다른 박람회나 전시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현대기아자동차 이혁준 전무는 ‘정부’가 그 차이라고 말한다.
 
“시진핑 주석이 참가했다는 자체가 하나의 동력입니다. 각 지방정부는 기업인들로 구성된 구매단을 조직해 참가하게 합니다. 중앙정부에 호응해야 하니까요. 공무원들도 대거 참여합니다. 우리와 같은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영향력 있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고, 실질 협력 파트너를 만날 좋은 기회입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 중국 각지에서 600여 개 구매사절단이 참석했고, 이를 통해 약 60만 명이 구매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중국 각지서 온 60만 명 구매 활동
 
현대차의 전시 부스는 넓었다. 현대(650㎡), 기아(400㎡), 제네시스관(400㎡)등 모두 1450㎡의 부스를 차렸다. 가장 중앙에 전시된 제품은 ‘전기 트럭’. 그리고 그 옆에는 수소차가 놓여 있었다.
 
기아차는 전기자동차 컨셉트카 ‘퓨처온(FutureOn)’을 선보였다. 세계 처음이다. 노예신 현대차 부장은 “모터쇼가 아닌 일반 종합 박람회에서 신차를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중국 측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CJ차이나 박근태 사장은 “중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지금 기업 분위기는 1990년대 말 우리의 금융위기 시기와 비슷하다”며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산업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매물로 나오는 기업도 우리가 인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스가 미·중무역 전쟁으로 생긴 시장 공간을 기민하게 파고들었듯이. 상하이 수입박람회가 우리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다.
 
상하이=한우덕 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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