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눈과 혀가 함께 즐거운 그윽한 중국 별미

중앙선데이 2019.11.09 00:20 660호 20면 지면보기
중화미각

중화미각

중화미각
김민호 등 지음

한국중국소설학회 19명 학자
인문학 곁들인 음식 이야기

문학동네
 
인문학자 19명이 중국 음식을 소재로 합창한다. 1989년 창립한 한국중국소설학회의 학자들이 한국에서 이미 토착문화가 된 중국요리를 역사를 날줄로, 문학을 씨줄로 삼아 엮어낸다.
 
한국에서 중국 음식은 크게 중화요리로 불리는 화교 음식과 중국요리로 불리는 현대 음식으로 나뉜다. 짜장면과 탕수육이 대표하는 화교요리는 1882년 조선과 청나라가 상민수륙무역장정(商民水陸貿易章程)을 체결한 뒤 한반도에 들어온 산둥(山東) 출신들이 주도한 것으로 다양하고 온화한 맛이 특징이다. 마라탕과 훠궈(火鍋)로 대표되는 중국요리는 오감을 거칠게 자극한다.
 
이 책은 오향장육으로 시작한다. 팔각·회향(또는 귤피)·정향·계피·화초의 다섯 향신료, 즉 오향이 돼지고기 맛을 고귀하게 재창조한다. 간장과 오향에 삶은 고기를 차갑게 식힌 뒤 얇게 저며서 쌓고 그 위로 식초에 버무린 마늘을 다져 눈처럼 소복하게 쌓으면 군침을 참기 어렵다. 파와 오이 사이로 고수 향기가 날리고, 고기즙에 젤라틴을 녹여서 굳힌 짠슬이 굴러다닌다. 달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장육은 그윽한 향의 백주와 그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가 없다.
 
돌솥을 용기로 사용하는 대만 훠궈 상차림. 훠궈는 남쪽 음식이 아니다. 북방 훠궈도 있다. [사진 권운영]

돌솥을 용기로 사용하는 대만 훠궈 상차림. 훠궈는 남쪽 음식이 아니다. 북방 훠궈도 있다. [사진 권운영]

오향장육은 한국 화교의 본향인 산둥성과 인연이 깊다. 산둥성 사람들은 소설 『수호전』에서 정의의 주먹을 자랑하는 무송을 고향 사람으로 여긴다. 무송을 무송답게 만든 것은 무송타호(武松打虎), 즉 호랑이를 때려잡은 일화다. 산중 호랑이가 두려워 어두워지면 사람 출입을 금하는 산둥 서부 경양강 고개 아래의 주막에서 무송은 오향장육 두세 근을 혼자 즐겼다. 거기에 ‘석 잔을 마시면 고개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의 독주 삼완불과강(三碗不過岡)을 18잔이나 들이켰다. 해 질 녘 고개에 들어섰다가 덮쳐오는 호랑이를 맞아 일전을 벌인 끝에 쓰러뜨린 무송은 그 길로 주막으로 돌아가 다시 삼완불과강과 오향장육을 시켜 배를 채웠다. 맛과 멋, 그리고 도전과 응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는 눈으로는 서호(西湖), 혀로는 동파육(東坡肉育)을 각각 즐기는 명소다. 동파는 북송 시대 문장가이자 관료였던 소식(蘇軾·1037~1101년)의 호다. 항저우에서 벼슬하는 동안 서호를 간척해 식수난을 해결하고 멋진 제방까지 남겼다. 공립병원인 안락방(安樂坊)을 세우고 지역 학교인 주학(州學)을 키웠다. 그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되자 백성들이 선물을 들고 왔는데, 대부분 서민 음식 재료인 돼지고기였다. 소동파는 자신의 조리법으로 동파육으로 만들어 그들의 혀까지 즐겁게 해주고 떠났다. 중국 음식사에 동파육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중국 음식문화를 이해하려면 인문학적 독해가 필요하다. 어디 음식뿐이랴.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