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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윤석열 아니어도” 야당은 “조국 수사부터”

중앙선데이 2019.11.09 00:02 660호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 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이날 만남은 ‘조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25일 임명장 수여식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 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이날 만남은 ‘조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25일 임명장 수여식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서 반부패정책협의회 열어
윤 총장 앞에 두고 검찰개혁 강조

“셀프 개혁 넘어 법무부와 협의를
정치적 중립 다음 단계 부응해야”
야당 “진실 뒤로 한 채 반부패라니”

모친상 조문 감사 차원 비공개 만찬
패스트트랙 등 정치 현안 거론할 듯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공정 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특별히 검찰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이 지난 7월 임명장 수여식 이후 석 달여 만에 찾은 청와대 행사에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후 처음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조국 수사부터 철저히 하라”며 “살아 있는 권력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는 게 부패 척결의 시발점”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은 상당 수준 이뤘다고 판단한다”며 “이제 국민이 요구하는 그 다음 단계의 개혁에도 부응해 달라.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스스로 개혁에 적극 나서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며 “그러나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그동안 검찰 수사에 인권 침해 소지가 많다고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날 ‘윤 총장이 아니더라도’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윤석열 검찰’의 검찰개혁에 불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검찰 수사 정착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확대 개편한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9일)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이에 대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반부패 척결의 시작은 조국 사태가 명명백백히 수사되고 범죄 사실이 국민 앞에 한 치의 빠짐도 없이 공개되는 것”이라며 “이 엄연한 진실을 뒤로 한 채 반부패 척결을 외치는 것은 정권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에 입장하며 윤 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윤 총장은 깍듯하게 허리를 두 번 굽혔고, 두 사람은 말없이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장 수여식 때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르며 덕담을 건넨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면서 수차례 윤 총장 쪽을 바라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따로 말을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 개혁과 공정 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며 집권 후반기 주요 국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회의에선 전관 특혜 근절 방안,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 불공정성 해소 방안, 공공 부문 공정 채용 확립과 민간 확산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문 대통령, 내일 여야 5당 대표와 넉달 만에 회동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 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 둘째가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 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 둘째가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전관 특혜와 관련해 “비단 법조계뿐 아니라 퇴직 공직자들이 전관을 통한 유착으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과 안전은 물론 방위산업 등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도 민생을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며 노력해 왔지만 아직 국민 눈높이에 한참 부족하다”며 “전관 유착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공직자들의 편법적인 유관기관 재취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물론 공직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전관 특혜 근절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인 사건 취급 제한 및 몰래 변론 금지 등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과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국세청도 고위 공직자 퇴직 후 2~3년을 집중 관리 시기로 정하고 변호사·세무사 등 퇴직 공무원 진출 분야의 세무조사 비중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조 전 장관 딸의 대입 논란을 계기로 입시 제도 전면 개편을 지시한 문 대통령은 이날도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법과 불공정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경찰청·국세청 등과 합동으로 입시학원 등 특별 점검 협의회를 구성하고 중대한 위법 행위를 한 학원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 공정성 확립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취업 준비생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길 때까지 채용 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선해 달라”며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의혹 등 국민이 불공정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불신을 해소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0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하는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가장 최근엔 지난 7월 18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지난달 문 대통령 모친상에 여야 대표들이 조문한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 7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모두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답례 차원인 만큼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는 의미에서 회동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회동 후 브리핑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제도 사전에 조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넉 달 만의 회동인 만큼 정치 현안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라 있는 공수처 설치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예산안 처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치 이슈가 전혀 안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황 대표도 제1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문희·유성운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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