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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덕에 40% 싼 중동·중국 항공사, 중·장거리 이어 단거리도 고공비행

중앙선데이 2019.11.09 00:02 660호 5면 지면보기

난기류 휩싸인 항공업계 

외국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시장에서 고공비행하고 있다. 이들은 국적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의 중·장거리 노선은 물론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텃밭인 단거리 노선 경쟁에서도 앞서 날고 있다.
 

에어아시아, 포털서 항공권 판매도
지난 9월 전년 대비 국제선 여객수
7.9% 늘었지만 국적사 2.6% 줄어
가성비 따지는 소비 트렌드도 한몫

지난 9월 국내 출발(환승 포함) 기준 외국 항공사의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수는 238만52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4580명(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458만2211명에서 446만2265명으로 2.6% 감소했다. 특히 전체 국제선 여객수가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친 지난 8월 외국 항공사 여객수는 13% 늘었다.
 
국제선 여객기 공급석 점유율

국제선 여객기 공급석 점유율

항공기 좌석 공급수도 외국 항공사가 앞섰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 항공사 국제선 공급석은 310만3870석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만9242석(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사를 포함한 국제선 전체 좌석 증가분은 47만8161석이었다. 외국 항공사가 국제선 좌석 증가분의 65%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선 전체 공급석에서 외국 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초 31.9%에서 9월 34.7%로 증가했다.
 
외국 항공사의 약진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업체 AT커니가 작성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항공권은 중국동방항공 등 외국 항공사보다 40%가량 비쌌다. 지난 10월 인천~로마 노선의 경우 경유지를 거치는 중국동방항공의 왕복항공권은 약 100만원이었다. 이와 달리 대한항공은 직항 항공권을 약 160만원에, 아시아나항공은 130만원에 판매했다. 마닐라~뉴욕 노선의 왕복 운임은 대한항공이 140만원, 아시아나항공이 138원가량이었지만 홍콩항공과 중국 동방항공은 80만원대였다.
 
중국·중동 항공사들은 자국 보조금 등으로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국 항공사에 약 129억 위안(약 2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항공사가 한 좌석이라도 더 팔기 위해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동·중국의 국영항공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민간항공사에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주긴 어렵지만 미국처럼 항공유 할당 관세 감면, 공항시설 사용료 한시적 면제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의 차별화된 마케팅도 성장엔진이다. 동남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항공권 서비스에서 여행사가 아닌 항공사가 직접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에어아시아가 처음이다. 베트남의 뱀부항공은 10월 인천~베트남 다낭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국내 LCC보다 항공권은 저렴하면서 위탁수하물 20㎏ 무료와 기내식 무료 제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내세웠다.
 
국내 여행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몫을 했다. 해외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경유 항공권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국적기만 고집하기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 항공사 항공권을 구매해 저렴하게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항공사들은 중국·유럽·중동 등 중·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며 여객 수요를 끌어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낮은 수익률과 높은 부채비율로 주춤하고, 국적 LCC는 단거리 노선 확충에 힘을 쏟는 빈틈을 파고들었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3년 55% 수준에서 지난해 39% 정도로 떨어졌다.
 
탄력을 받은 외국 항공사들은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내년 3월 인천~마닐라 직항편에 신규 취항하기로 했다.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내년 3월부터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베트남 뱀부항공은 지난 10월 인천~베트남 다낭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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