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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일해도 한국인 더 벌어”…난민 아닌 인도적체류자

중앙일보 2019.11.08 20:10
지난해 제주예멘 난민신청자 대부분은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았다. [뉴스1]

지난해 제주예멘 난민신청자 대부분은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았다. [뉴스1]

“제주도 불법 난민…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
 
지난해 예멘인 552명이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인들과의)문화적·종교적 차이로 사회 갈등이 우려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71만4875명이 여기에 동의했다.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엄격한 난민심사 절차를 두고 국민안전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예멘 난민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약 71만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예멘 난민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약 71만명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이들은 모두 난민이 됐을까. 심사대상자 484명 가운데 중 2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412명은 ‘인도적 체류자’ 허가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2019 이주인권가이드라인 모니터링 결과보고’를 통해 ‘인도적 체류자’들의 생활상을 공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5만9674명이 한국에 난민신청을 했다. 이 중 964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2145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인도적 체류자, 취업할 수 있지만 보호 못 받기도”

난민법에 따르면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에 해당이 안 되지만, 비인도적 처우 등으로 생명·신체 자유를 침해당할 합리적 근거가 인정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법무부 장관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하여 취업활동 허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받아 취업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해 부족, 취업분야 제한 등으로 대부분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런 인도적 체류자 39명을 인터뷰했다. 취업과 노동문제가 이들에게 큰 걸림돌이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 중 32명은 설치·정비·생산직부터 미용·숙박·음식·청소업 등 여러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제주예멘인'들도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19명은 별 탈 없이 취업허가도 받았는데, 14명은 ‘G-1’ 비자로 취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G-1’비자는 원래 취업을 할 수 없는 비자인데, 인도적 체류자로 지정된 사람은 이걸로도 취업이 가능하다. 인도적 체류자들은 이런 상황을 사업주에게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2018년에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한 20대 남성은 "G-1 비자 갖고 공장에 일자리 구하러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체류 허가를 받을 때마다 사업주 눈치가 보인다"거나 "취업허가 비자발급 수수료가 비싸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종제한에 근무시간 길고, 월급 적어”

인도적 체류자 취업이 안 되는 직종도 있다. 7월 정부는 내국인 취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 등의 건설업 취업을 막았다. 인도적 체류자 30대 남성 A씨는 이때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30대 여성 B씨는 “영어 과외가 취업제한직종인지 몰라 뿌려둔 과외 전단을 다시 다 뗐다”고 했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은 길고, 월급은 한국 사람보다 적었다. 건설·생산직에서 일하는 이들 대부분이 주 6일 근무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1명만 주 40시간 일한다고 답했다.
 
또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거나 그 이하로 벌었다. 월 250만원을 버는 사람은 "휴일 없이 하루에 13시간 일했다"고 답했다. 또 "내국인과 비교해 차별을 받는다"고도 했다.
 
근로계약서를 안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근로계약서가 한국어로만 쓰여있어 불만"이라고 했다. 건강·산재보험에 제대로 가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직업에 만족할까. 13명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들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쉬지 못해서’ ‘사장님 태도가 무례해서’ ‘인종차별’ ‘급여차이가 있어서’라고 이유를 댔다.  
 
2012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30대 여성은 “우리는 (기본급이) 150(만원)이면 한국 사람은 기본급을 160(만원을) 받아요. 같은 시간 일해도 한국 사람이 더 돈을 받아요. 한국 사람만 연차 있고, 외국 사람은 없어요. 같은 사람인데 안주니까 좀…”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체류 허가를 받은 한 20대 남성은 “월급이 250만원이라고 했는데, 가서 보면 150만원이었다”며 지인, 직업소개소 알선을 받아 일하며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또 학력이나 자격인증 확인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인도적체류자들의 취업·노동 문제 외에도▶정보 접근·행정적 조치▶가족·아동▶건강·사회보장 ▶영주·귀화 ▶체류자격·보충적 보호 문제 개선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인도적 체류자들이 단순노무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게 아닌데 대부분 그렇게 일한다”며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서 불안정한 고용상태 놓여 있는 인도적 체류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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