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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실적 죽쒀도 주가 반등···알고보니 '손정의 나비효과'

중앙일보 2019.11.08 13:48

‘쿠팡 효과 종식’ 기대하는 대형마트

 
서울의 대형마트에 카트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대형마트에 카트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형마트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등하고 있다. 대형마트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인 이커머스(e-commerce)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유통업계가 3분기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여전히 실적이 부진하다. 롯데마트를 보유한 롯데쇼핑은 3분기 실적이 어닝쇼크(earning shock·시장 예상치보다 상당히 저조한 실적)를 기록했다. 영업이익(876억원)이 반토막(-56%)나고, 매출(4조4047억원)도 쪼그라들었다(-6%). 특히 국내 대형마트 부문의 경우, 영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0%나 감소했다. 
 
롯데쇼핑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롯데쇼핑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양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사 이래 최초로 2분기 영업손실(-29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가 전망한 3분기 이마트 영업이익 평균치는 1318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대비 32.2%나 감소한 수치다. 대형마트 분기별 실적은 연중 2분기가 가장 낮고, 3분기에 반등한다. 평년과 비교하면 3분기 실적도 여전히 기대 이하라는 뜻이다.
 

실적 부진…주가는 일제히 상승

 
이마트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마트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양대 대형마트가 여전히 실적 부진에 빠져있지만 주가는 반등했다. 이달 들어 이마트(12만9000원)는 16%, 롯데쇼핑(13만7000원)은 3.6% 주가가 올랐다.
 
일본발 ‘희소식’이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회계분기(7~9월) 14년 만에 최초로 분기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7001억엔·약 7조4400억원).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가 국내 대형마트에게 ‘희소식’인 이유는 소프트뱅크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조성한 비전펀드 등을 통해 쿠팡에 2015년(10억달러·1조1600억원)·2018년(20억달러·2조310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누적 30억달러(3조4700억원)를 투자했다.  
 

손정의 “투자 기업 적자라고 구제 안해” 

대형마트의 한산한 일본 식품 매장. [연합뉴스]

대형마트의 한산한 일본 식품 매장. [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최근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쿠팡이 확보한 소프트뱅크의 자금줄을 꼽는다. 제품은 판매할 때 원가에 일정 부분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쿠팡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부 제품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쿠팡은 3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소프트뱅크 실적이 악화하면서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실적을 발표하면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결산 발표 내용은 너덜너덜하다”며 “앞으론 5년에서 7년 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밑천’ 고갈되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FP=뉴스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FP=뉴스원]

또 손정의 회장은 “앞으로 투자 대상 기업이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향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쿠팡은 앞으로 단기적으로 외형 성장보다 손익 개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기업에 긍정적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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