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메라에 찍힌 '北 2명 송환' 문자···그제서야 공개한 통일부

중앙일보 2019.11.08 11:50
정부가 최근 월남한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데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정부가 북한 눈치 보느라 (국내엔) 꼭꼭 숨기고, 북한이 보내라고 해서 순순히 보내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삼척항 북한 목선 침투 당시에도 이 정권은 조직적 은폐를 시도하려다 사진 한 장 때문에 모든 사실이 발각된 사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정도면 이 정권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숨기고 덮고 묻어버렸을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에 추방된 2명이 처음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추방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진석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추방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삼척 목선 닮은꼴=실제 사건 발생→민간 목격→정부의 뒤늦은 발표라는 형태가 지난 6월 있었던 삼척 목선 귀순 사건과 닮았다. 또 정부의 의도적 은폐 의혹과 북한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유사점이다.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독자 제공]

6월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서 있는 상태로 삼척항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독자 제공]

지난 삼척 목선 사건이 삼척 주민의 스마트폰 사진 촬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면, 이번 추방 사건은 한 언론사 카메라에 우연히 군 관계자 문자가 포착되면서 공개됐다. 추방 당일인 7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받은 문자인데, “오늘 오후 3시에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북측으로 송환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통일부는 뒤늦게서야 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관련 보도가 나와 갑작스레 브리핑을 잡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브리핑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해당 주민들이 북한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해상으로 도주했으며,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떠돌다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는 합동조사결과를 밝혔다.
 
◆사흘 만에 결정=송환에 걸린 시간이 이례적으로 짧은 것도 비슷하다. 정부는 이번 추방에 대해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지만, 나 원내대표는 “북한은 우리 헌법상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다. 우리 땅 밟는 즉시 헌법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우리 헌법과 모순되는 추방 결정은 그것도 비밀리에 내린다는 점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정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북한 주민들을 나포해 합동조사를 한 지 3일만인 지난 5일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추방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튿날 수용 의사를 밝혔고, 정부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일사천리다.  
 
이번 사건이 조사에만 3일 걸렸다면(최종 송환까진 닷새), 지난 삼척 목선은 나포 후 송환까지 총 3일 걸렸다. 당시엔 조사시간이 불과 7시간여밖에 안 됐다. 당시 한국당 북한 선박 은폐조작 진상조사단은 “정부가 다른 상황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의심을 할 만하다”고 비판했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