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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세 철폐 합의" 하루 만에 백악관 “합의한 적 없어"

중앙일보 2019.11.08 11:40
미국 백악관에서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양국이 상대국에 부과 중인 고율 관세를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는 중국의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미국이 이를 전면 부인했다. 

中 상무부 "미·중 관세 철회 합의" 발표
하루 뒤 백악관 나바로 국장 전면 부인
전문가 "협상 유리하게, 中 희망사항"
핵심 쟁점 이견, 무역합의 시간 걸릴 듯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뉴스에 출연해 "1단계 무역합의 조건으로 기존 관세를 철회한다고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이다. 이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무역합의 달성 선제 조건으로 관세 철회를 제시하고 있어서 이른 시일 내1단계 무역합의 도달이 불투명해졌다.
 

관세 철회에 합의했다는 중국 발표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USTR)나 백악관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자 미국이 동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 발표 이후 개장한 미국 뉴욕 증시는 무역합의 기대감에 주요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시 폐장 이후 관세 철회 합의에 대한 의문이 퍼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철회를 확약했는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 하나로 기존 관세를 철회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다른 소식통 두 명은 "양측이 관세 철회 계획에 공식 합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관세 철회 계획이 없다”면서 "중국 관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합의를 재협상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조언하는 마이클 필즈버리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WSJ 인터뷰에서 “중국 상무부 발표 내용은 구체적인 합의라기보다는 중국의 희망 사항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1일 협상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단. [AFP=연합뉴스]

지난 7월 31일 협상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단.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단계적 관세철회 방안이 백악관에서 격렬한 내부 반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내 중국 강경파들이 관세 철회 안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관세 철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 앞에서 발표한 구두 무역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철회할 경우 추후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 내 대표적인 중국 강경파로 꼽힌다.
 

중국은 무역 협상 초기부터 선(先) 관세 철회를 주장해왔다.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채로 협상할 수 없다며 관세를 먼저 취소해야 협상을 하겠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합의 이행을 확인한 뒤 관세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약속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선례가 있다면서 무역합의 이행 담보 장치로 관세를 남겨두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때문에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미국이 관세 철회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행정부 내 중국 강경론자들이 동의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 [AP=연합뉴스]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 [AP=연합뉴스]

 
앞서 중국 상무부 가오펑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가오 대변인은 “만약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른다면 반드시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시에 같은 비율로 고율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합의 달성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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