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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년 전 조성한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제 기능 상실했나

중앙일보 2019.11.08 06:00
 
해양수산부가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11호) 보호를 위해 지난해 말 서해 백령도 하늬바다에 조성한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물범쉼터)’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점박이물범은 2006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해양 포유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매년 300마리 정도가 백령도 부근 바다에서 지내다 중국 보하이(渤海) 랴오둥(遼東)만에서 겨울을 난다.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의 상징물 격이다.
 
환경안보아카데미 측은 7일 “지난 5일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해수부가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서식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조성한 물범쉼터가 불과 1년 만에 쌓아 올린 돌의 틈새가 뒤틀리면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해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바위가 뒤틀리면서 중하단부의 바위의 뾰족한 모서리 부위가 돌출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 환경안보아케데미]

지난 5일 서해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바위가 뒤틀리면서 중하단부의 바위의 뾰족한 모서리 부위가 돌출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 환경안보아케데미]

 
앞서 해수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물범바위 인근 해역에 18억원을 들여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물범쉼터는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섬 형태로 상부 노출 면적 350㎡ 규모에 길이 20m·폭 17.5m로 만들어졌다. 인공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1㎥급 자연석을 활용했다. 물범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수면 위에 노출되는 마루의 높이를 네 단계로 구분해 물범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점박이물범은 먹이활동을 하거나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체온 조절, 호흡, 체력 회복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 바위 등에서 휴식을 취하는 생태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백령도에서 가장 많은 점박이물범이 모이는 물범바위는 공간이 협소해 점박이물범 사이에 자리다툼이 잦았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해양수산부]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해양수산부]

 
환경안보아카데미 측은 물범쉼터에서는 지난 8월 27마리의 점박이물범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관찰된 점을 볼 때 물범쉼터 상단부는 일시적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물범쉼터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틈새 벌어지고 뒤틀리면서 모서리 부위 돌출”

환경안보아카데미 진종구(환경공학박사) 원장은 “쌓아 올린 자연석의 중하단부가 파도로 인해 틈이 벌어지고 뒤틀리면서 뾰족한 모서리 부위가 표면으로 돌출돼 있다”며 “이로 인해 물이 빠지는 썰물 시간에는 점박이물범이 올라올 수 없거나 올라오더라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점박이물범이 뾰족한 돌 위로 올라오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게 되면 주변의 백상아리에 쉽게 노출돼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물범쉼터 인근 물범바위를 오르려던 점박이물범이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아 뒷지느러미가 절단된 일이 지난 8월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난 8월 물범쉼터 상단에서 밀물 때 발견된 점박이물범 27마리도 백상아리의 공격을 피해 잠시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9일 오후 3시 30분쯤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상단부에서 점박이물범 무리가 휴식하는 장면. [사진 인천녹색연합 박정운 단장]

지난 8월 9일 오후 3시 30분쯤 ‘점박이물범 인공쉼터’ 상단부에서 점박이물범 무리가 휴식하는 장면. [사진 인천녹색연합 박정운 단장]

 

점박이물범 올라오다 상처 날 위험  

진 원장은 “수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노출되는 쉼터 마루 전체를 평평하게 고르고, 뒤틀림 방지를 위해 자연석 틈새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막는 등의 방법으로 재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태풍으로 큰 파도가 밀려들면 물범쉼터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안보아카데미 측은 이와 함께 많은 관광객이 ‘감람암 포획석’을 보기 위해 해안 통문을 통해 물범쉼터와 400여m 거리의 해안으로 들락거리는 것도 점박이물범의 생태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어민들이 바닷가 바위를 따라 물범쉼터 인근 100여m까지 접근해 굴 채취를 하는 것도 점박이물범 서식환경을 헤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양환경공단 관계자는 “물범쉼터는 당초 전문가 등의 자문 결과를 토대로 콘크리트 등 인공적인 재료를 제외한 자연암반을 쌓는 환경친화적 방식으로 조성했던 것”이라며 “현장 조사를 해 뾰족하게 돌출된 표면과 뒤틀린 바위 등의 돌출부위를 정리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 해안가 관광객 출입과 굴 채취 등의 문제는 환경단체 등과 진행 중인 모니터링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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