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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입맛대로인 오락가락 교육정책으론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 2019.11.08 00:23 종합 34면 지면보기
교육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어제 전국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모두 폐지하는 시한부 선고를 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는 이들 학교의 근거 조항을 삭제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입 개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정시 확대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엔 전면적인 고교 체제 개편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태세다. 당장 해당 고교들은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준비에 나섰다. 학생·학부모들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교육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흔들리는 형국이다.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을 위해 설립된 게 이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다. 고교 평준화의 붕어빵식 교육이 초래한 학력저하 문제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들 학교가 문 닫게 되면 ‘제2의 고교평준화’가 실현되는 셈이다. 교육 근간에 손을 대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번 교육부의 고교 체제 개편은 원칙 없는 졸속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간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겠다던 교육부가 ‘조국 사태’를 빌미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공정성 제고와 고교 서열화 해소를 강조한 말 한마디에 일괄 폐지로 급선회한 탓이다. 일반고 간 격차 심화와 강남 쏠림 현상 같은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을 리 만무하다. 굳이 고교 체제 개편을 하더라도 먼저 일반고 역량을 강화한 뒤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란 말은 껍데기만 남은 지 오래다. 특히 매년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정부가 과연 교육철학이 있기나 한 건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번 고교 체제 개편 방안도 정권이 바뀌면 또 뒤집히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교육은 공정성 만큼이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선 교육에 미래가 없다. 정권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교육제도를 만들라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국회에 넘어가 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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