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순항"···월가 'R의 공포'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9.11.07 16:18
지난 1년간 다우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 1년간 다우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연말을 앞두고 미 월스트리트의 ‘2020년 경기 침체’ 경고가 한풀 꺾였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금융업계는 전례 없는 글로벌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우려했다.  
 

11월부터 월스트리트 '2020년 위기설' 소강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침체 확률 20~24%"
영국 바클레이즈 10% 미만으로 하향 조정
8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정상화
뉴욕 증시 3대 지수 5~6일 연일 최고가 경신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투자은행 업계는 이달부터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춰 잡고 있다. 세계 최대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내년 리세션 리스크를 각각 24%, 20%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10% 미만으로 잡았다. 10월 기준 미국 금융업계의 리세션 전망 평균치는 35%였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전문가가 오래된 모델을 기반으로 경제를 분석하기 때문에 침체 리스크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글로벌 리세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중도적인(moderate) 입장”이라고 밝혔다.  
 
WP는 “8월까지만 해도 미 투자업계는 내년 미국발(發) 경제 위기 가능성을 크게는 50% 이상으로 봤는데, 11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미국의 고용·소비 지표가 여전히 탄탄해 불황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경제 위기의 가장 강력한 신호로 꼽힌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사라졌다. 지난 8월 말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됐는데, 지난 6일 기준으로 0.23%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의 고용 지표는 여전히 좋다. 미국 실업률은 3.7%로 여전히 지난 반세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암울한 전망과 반대로 일자리는 계속 늘어났다. 비농업 부문 10월 신규 일자리 숫자는 12만8000개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업으로 4만여개의 자동차 부문 일자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다.  
 
미 금융 시장도 위기의 징후를 보이긴커녕 연일 상승세다. 뉴욕 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은 5~6일 이틀에 걸쳐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다우존스와 S&P500은 연초 대비 각각 18%, 23% 상승했다.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경기전망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경기 침체 임박설을 반박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지속하는 한 미국 경제는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은 ‘금융위기 10년 주기’설과 맞물려 강한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경제 구루들은 앞다퉈 ‘2020년 위기설’을 설파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미 재무장관 출신의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최고경영자(CEO) 레이 달리오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투자은행 JP모건은 2020년까지 미국의 주가가 20% 추락하고 신흥국 주가는 48%나 추락해 반 토막이 날 것이며 신흥국 통화 가치가 14.4% 하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을 했다.  
 
WP는 “미·중 최종 무역합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뉴욕 증시 거품론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에 리세션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순 없지만, 연초 대비 전문가들의 분위기가 한결 밝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기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전망에 투자자의 관심은 10년만에 최대치인 3조4000억달러(3943조원)로 불어난 머니마켓펀드(MMF)의 향방에 쏠린다. MMF는 투자처가 마땅찮을 때 1년 이내 단기로 투자하는 펀드다. 경기 한파에 꽁꽁 묶였던 자금이 시중에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국채에 글로벌 큰 손들이 몰렸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이 15년 만에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해 40억 유로(5조원)의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입찰에만 200억 유로가 몰렸다. FT는 “고수익률에 목마른 유로존 지역의 연기금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