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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오르는 미국 증시…'나만 손해볼까' 심리 가세하며 거침없이 하이킥

중앙일보 2019.11.07 15:20
지난 2년간 미국증시 3대 지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2년간 미국증시 3대 지수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쯤 되면 무서울 정도다. 10년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미국 증시 얘기다. 거침없는 상승세에 “너무 올랐다”와 “거품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미국 증시는 우상향 중이다. 10년 넘게 2000선에 묶여 있는 코스피와 대조적이다.  
 

뉴욕 3대 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
경제 성장률과 고용지표 순항 중
금리 인하와 자사주 매입도 기여
"내년 상반기까지 양호" 전망도

 2009년 11월 9800대에 머물던 다우지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역대 최고치인 27492.63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일엔 27492.56으로 미세하게 내렸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다우지수는 10년 동안 35.7%나 올랐다. 이날 나스닥(8434.68)도 장을 마감하며 최고 기록을 깼다. 그 덕에 국내 미국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축에 속하는 AB미국그로스 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이 65%에 달한다.
 
 올해 한해 성과만 놓고 봐도 미국과 다른 증시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들어 22%나 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올들어 유럽은 16%, 중국은 12%, 이머징마켓은 10%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은 5%에 못 미친다.
 
 미국 증시의 뜨거운 열기를 부추기는 땔감은 여럿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보험성 인하’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증시에 기름을 공급하는 모양새다. Fed는 지난 7월과 9월에 이어 지난달 30일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연 1.5~1.75%까지 내려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지만 각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 인하에 나섰고, 이는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ㆍ중 무역갈등의 여파에도 순항 중인 미국 경제도 증시에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 3분기 성장률은 1.9%(전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 2분기(2.0%)보다는 떨어졌지만 견조한 소비 덕분에 시장의 전망치(1.6%)를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4%, 내년은 2.1%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인 일자리 상황도 나쁘지 않다. 지난달 고용지표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10월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전월 대비 12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7만5000명)을 상회한 수치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 호황은 12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 호황이었던 1990년대의 120개월을 넘어선 수준이다. 때문에 증시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갈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는 오를 만큼 올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기침체 없이 이렇게 오래 호황이 지속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 지표 외에도 미국 증시에 부는 훈풍이 식지 않는 이유는 뭘까. 외신과 전문가들은 대략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다.  FT 등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영업이익이 줄어들지만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왕따 우려'가 투자심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ㆍ나만 빠진 것 아닌가) 현상'이다. FT는 특히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을 ‘FOMO 현상’으로 풀이했다. ‘지금 들어가도 되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나만 손해 볼까 투자에 나서고, 그게 다시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든든한 내수 시장이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의 민간소비는 연 평균 3.0%로 성장하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왔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민간소비는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6.5%를 차지할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력한 내수 시장이 미국 증시 강세의 근본적 원동력"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해소가 다른 국가보다 미국 시장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ㆍ고용ㆍ임금상승ㆍ인플레이션ㆍ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환경 전체가 워낙 다 좋은 상황이다 보니 미국 주가가 오르고 있다”며 “투자가 얼마나 확대되느냐 정도의 변수가 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큰 리스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주식 매수금액은 135억6440만 달러(약 15조6804억원)로 외화주식 매수 전체 액수 중 76%를 차지했다. 지난해(117억5112만 달러)보다 약 20억 달러가 늘었다.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5월 미국 정규장이 열리기 전 거래시간을 기존 대비 1시간 연장하고, 시간외거래 서비스도 도입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이날 미국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고 정규장에서 ‘시분할 주식매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시분할 주문 시스템을 활용하면 우리 시간으로 야간에 깨어있지 않아도 시간별로 매수ㆍ매도 예약 주문을 넣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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