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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다른 루프톱 영업 단속, 자영업자 속 탄다

중앙일보 2019.11.07 15:00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9)

 
얼마 전 아는 펍 사장님을 만났다. 평소와 달리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며칠 전 구청에서 단속을 나왔다고 했다. 루프톱(옥상) 영업 때문이었다. 식품위생법상 영업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옥상, 테라스, 평상, 야장 테이블 등에서의 옥외 영업이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1차 시정 명령, 2차 영업정지 7일, 3차 영업정지 15일 등의 처벌을 받고 매출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그 펍이 있는 동네는 원래 철공소들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최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강점기부터 형성된 오밀조밀한 골목길에 안락한 분위기의 수제 맥줏집, 와인바 등이 구석구석에 자리 잡으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발길을 끌고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고자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루프톱, 테라스, 야외 테이블 등을 설치해 영업하는 카페, 음식점들이 많다. 단속 공무원에게는 ‘물 반, 고기 반’이었을 것이다. 개업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옥외영업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구청 직원은 언론에 관련 보도가 있어 현장에 나왔다고 했단다. 
 
식품위생법상 영업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옥외 영업이 금지되어 있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옥외 영업 관련 제도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식품위생법상 영업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옥외 영업이 금지되어 있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옥외 영업 관련 제도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현재 옥외 영업 관련 제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제도에 대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행 제도상 옥상을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개방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해당 공간에 테이블, 의자 등을 설치하고 서빙 등 접객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는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분쟁의 요소가 된다. 실제 서울 용산구의 수제 맥주 펍 남산 케미스트리는 루프톱 영업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았을 때 ‘단순히 옥상을 개방해놓을 것뿐 옥상에서 영업하지 않았다’며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당국은 지난 2017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옥외 영업에 대한 재량권을 줬다. 이에 따라 옥외 영업에 대한 규정이 지역마다 들쑥날쑥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안성시, 대구시 동구의 경우 최근 옥외 영업을 전면 허용했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지자체는 옥외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한 지자체 안에서도 옥외 영업이 가능한 곳과 아닌 곳이 있다. 같은 용산구 안에서도 이태원 관광특구 내에서는 허용되는데, 관광특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남산 케미스트리는 단속을 당하는 식이다.
 
주류 배달 규제도 마찬가지다. 주류의 통신 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조리한 음식'과 함께 하는 주류는 배달이 가능하다고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황지혜]

주류 배달 규제도 마찬가지다. 주류의 통신 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조리한 음식'과 함께 하는 주류는 배달이 가능하다고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황지혜]

 
주류 배달에 대한 규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주류의 통신(온라인) 판매 및 배달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7월 국세청은 ‘조리한 음식’에 부수한 주류는 배달할 수 있다고 규정을 바꿨다. ‘조리한 음식’이 마른오징어를 구운 것도 되는지, 음식이 주가 된다는 것이 술과 음식의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 주관적인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전통주(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식품 명인이 제조한 주류(민속주),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한 주류(지역특산주))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온라인 판매와 배송이 모두 허용됐다. 지속해서 접근성이 개선돼 현재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폰 성인인증을 통해 전통주를 주문할 수 있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영업을 하거나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 트렌드가 달라져 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답답한 빌딩 숲에 지친 소비자들은 야외 공간, 감성적인 곳을 찾는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자영업자들은 공간을 꾸민다. 그저 제도적 틀에 얽매여 단속에 급급한 것은 소비자들이 야외에서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음식과 음료를 즐기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행위다.
 
옥외 영업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안전에 대한 조항을 만들고, 식품 위생이 걱정이라면 그에 대한 제도적 틀을 만들면 될 것이다. 옥외 영업 허가를 받기 쉽게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또 주류 소비 패턴이 회식, 모임 위주에서 점차 혼술·홈술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에서 전문가가 엄선한 수제 맥주, 와인을 정기적으로 배달받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분명하다. 주류 업계에서도 이런 서비스에 대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보호, 탈세 등이 우려된다면 그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면 될 일이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시작된 지 10년이 됐다. 사회적인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수제 맥주의 가격, 주 소비층 등을 고려하면 배달을 허용하더라도 청소년 보호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타다 대표의 불구속 기소 뉴스를 보면서 자영업자들, 수제 맥주 업계의 현실이 묘하게 겹쳐졌다. 소비자의 요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의 것을 버릴 수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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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필진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맥주는 짝으로 쌓아놓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맥주 덕후. 다양한 맥주를 많이 마시겠다는 사심으로 맥주 콘텐츠 기업 비플랫(Beplat)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 한국의 수제맥주,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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