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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만 챙겨 보복" 고유정, 현 남편 아들 살해 추가 기소

중앙일보 2019.11.07 14:53

스모킹건 없는 '연쇄살인'…법정 공방 예상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고 검찰에 고소한 현남편과 고유정. [중앙포토]

"고유정이 아들을 죽였다"고 검찰에 고소한 현남편과 고유정. [중앙포토]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의붓아들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유산을 한 후 현남편에 대한 적대심이 커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두차례 유산에…현남편에 적대감 강해져"
의붓아들 뒤통수 10분 이상 강하게 압박 살해
검찰, 전남편·의붓아들 살인 '재판 병합' 요청
유족 "재판 병합, 1심재판 올해 넘기면 가혹"

제주지검은 7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의붓아들 A군(5)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전달 받은 지 18일 만이다. 고유정은 지난 3월 1일 오전 4시부터 6시 사이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머리 뒷부분을 10분 이상 강하게 눌러 숨지게 한 혐의다.
 
검찰은 A군이 10분 이상 눌린 압박으로 인해 질식해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에 주목해왔다. 또 고유정이 인터넷에서 '질식사'를 검색한 점,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 현남편 B씨(37)의 모발에서 미량의 수면유도제(독세핀)가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남편에 대한 적대심이 커져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산 이후 B씨가 의붓아들만을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이자 A군을 살해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고유정은 경찰조사에서 A군의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을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이후 고유정은 A군 사망사건이 검찰로 넘어온 후 수차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고유정의 모습. [중앙포토]

경찰에 체포될 당시 고유정의 모습. [중앙포토]

범행 전날 카레 먹여…"전남편 살해와 판박이"

재판 과정에서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전남편을 살해하기 전에도 카레라이스에 수면 효과가 강한 ‘졸피뎀’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할 때도 같은 방법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A군 사망원인과 관련 용의자를 특정할만한 정황은 크게 3가지다. 사건 당일 고유정 부부와 A군 등 3명이 한 공간에 있었다는 점과 외부 침입이 없었다는 점, A군이 질식해 숨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검찰은 고유정이 A군을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스모킹건)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고유정은 수면유도제 성분을 넣은 카레를 A군과 B씨에게 먹인 뒤 두 사람이 잠든 사이 고의로 A군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은 A군 사망 이후 제주에서 진행된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은 채 청주 아파트에서 A군의 피가 묻은 이불 등을 버리기도 했다.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연쇄살인' 혐의 기소…재판 병합되나

현재 고유정은 A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한 현남편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고유정이 아들을 죽인 것 같다”며 B씨가 자신을 고소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앞서 B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밤 고유정이 준 차를 마시고 평소보다 깊이 잠이 든 점, 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이 일찍 깨어있었는데 숨진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점, 고유정이 감기를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미리 얘기한 점 등을 토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오는 18일 열리는 7차 공판을 전후해 A군 사망사건과 전남편 살인 사건을 합쳐 재판을 치를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추가로 고유정을 기소하면서 두 재판에 대한 병합 심리를 요청해와서다. 검찰은 "법원이 두 사건을 합쳐 심리해야 고씨가 자신의 범행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법원은 오는 18일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재판이 병합될 경우 결심공판이 미뤄지고 재판일정도 구속기한 만료일인 12월 31일을 넘겨 내년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A군, 청주 자택 온지 이틀 만에 사망

피해자 유족 측은 재판 병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인 강문혁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도 얼마든지 사건 병합이 가능하므로 1심 판결은 예정대로 12월 중에 나와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건 심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는 것은 유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고 했다.
 
한편, 숨진 A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제주도에서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유정과 현남편은 각각 전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그동안 고유정 부부는 청주에서 거주해왔으나 자녀들은 각각 제주도의 친정과 친가에서 조부모 등이 돌봐왔다.
 
제주=최경호·최충일,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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