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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특목고 79곳 모두 '시한부 선고' 5년 받았다…"2025년 일반고 전환"

중앙일보 2019.11.07 13:20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전국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날 교육부는 현재 초등 4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맞춰 이들 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오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을 고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근거 조항을 삭제한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모든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 이후 문 대통령은 대입 공정성 제고와 함께 '고교 서열화 해소'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범 초기 밝혔던 '단계적 전환(학교별 평가→탈락시 일반고)' 대신 일괄 폐지로 급선회했다.
고교 유형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교 유형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단계적 전환→일괄 폐지…"제2의 평준화"

유 부총리는 이날 "그동안 자사고·외고·국제고로 유형화된 고교체제는 설립 취지와 달리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교육에 치우쳤고, 이들 학교를 진학하려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사교육 부담이 커져 교육 기회의 불평등도 심화했다는 비판이다.
 
유 부총리는 일반고 활성화를 위해 5년간 2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일반고를 집중 육성하고 미래형 대입제도를 마련해 고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청·장희국 광주시교육청·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 교육청·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번째)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청·장희국 광주시교육청·최교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 교육청·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연합뉴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전환은 진보교육감과 전교조 등 진보교육계의 요구사항이었다. 올해 부산해운대고나 서울 자사고들의 재지정 평가 과정에서 보듯, 단계적 전환은 '평가→탈락→소송→ 법원 가처분 결정(지위 유지)'으로 이어져 반발만 심하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주장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은 자사고 폐지를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시행한 고교평준화에 빗대 "제2의 고교평준화"라고 주장해왔다. 교육부는 "2025년 일괄 전환은 충분한 사전예고로 혼란을 줄이고 일반고를 강화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외고 2024년까지 신입생 모집

이날로 전국 자사고 42곳, 외고·국제고 37곳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셈이다. 2024년까지 현재 학교 지위를 유지하고 신입생도 뽑는다. 2025년부터 일반고로서 신입생을 받게 된다. 단 올해 평가에서 탈락한 뒤 법정투쟁 중인 자사고는 법원 판결에 따라 2025년 전에라도 지위를 잃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일반고로 전환된 뒤에도 기존 교명을 쓸 수 있고 외국어 등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5년 이전에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는 3년간 10억원을 지원받는다.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족사관고·전주상산고·포항제철고 등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던 자사고(옛 자립형사립고)도 일반고로 전환되며, 현행 전국 모집 대신 광역 모집(시·도)으로 변경된다.
 
'조국발 교육개혁'의 불똥은 양양고·한일고·공주사대부고·거창고·함양고 등 전국 모집을 하던 지역 일반고(49곳)에도 튀었다. 이들도 2025년 이후엔 관할 교육청의 평준화 여부에 따라 시·도나 해당 학군 내에서만 지원 가능하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과학고·영재고는 존치하되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는 입시를 대폭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로 일반고 격차 해소"

자사고·외고의 폐지 시점을 잡은 2025년은 교육부가 전국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실시하는 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사고·특목고에 의지했던 '학교 단위의 수월성 교육' 대신 '학교 내 수월성 교육'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생도 진로·수준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일반고에서 과학·수학·어학 등 전문교과를 운영하고, 기존 일반고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외고와의 공동교육을 강화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고교학점제 운영체계안.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고교학점제 운영체계안.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소수 학생을 위한 '소인수 과목',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과목도 늘리겠다고 했다. 대도시와 달리 다른 학교와의 연계가 어려운 농어촌 일반고엔 순회강사 강의나 원격강의를 활성화한다. 
 

자사고·외고 '생존 가능성'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놓고 교육계는 의견이 분분했다.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점(2025년)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다. 2022년 대선 이후 정권의 향배에 따라 시행령 재개정을 통해 번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사고와 사립 외고·국제고의 반발도 변수다. 이날 오후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서울 이화여고 대강당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세목 전국자사고연합회장은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면서 "5년짜리 단임 정권이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특목고 자사고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이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서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특목고 자사고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이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서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뉴스1]

고교학점제의 실현 여부에도 의문이 이어진다. 한국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다양한 학교 수요를 흡수할 만큼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교사와 공간이 더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학교·교사의 충분한 준비도 필수적인데 현장에선 벌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학점제를 계기로 강남과 강북, 대도시와 농어촌 등 일반고의 지역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조 대변인은 "뚜렷한 비전과 방안 없이 무작정 시행한다면 흉내 내기에 그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가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소재 대학 입시에서 정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소재 대학 입시에서 정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정시 확대와 맞물려 강남 쏠림"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과 맞물려 강남·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일반고의 인기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학부모들은 자사고·외고가 사라져도 일반고 간 격차가 줄어들 거라 믿지 않고 있다. 당장 초등학생 4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좋은 학군에 이사해야 하나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초5~중3 사이엔 자사고·외고 열풍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임 대표는 "수시에도 정시에도 유리한 자사고·외고가 앞으로 5년은 법적 지위를 보장받은 셈이라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서울 강북 등 교육여건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일반고 전환 자사고·특목고가 포함된 가칭 '고교교육 특별지구'를 구축해 우수 교육 인프라를 지역 내 학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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