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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우리를 살렸다" 멕시코 총격사건 생존 아이들 증언

중앙일보 2019.11.07 13:01
친지가 페이스북에 올린 멕시코 마약 카르텔 총격으로 희생된 미국인 가족. [페이스북=연합뉴스]

친지가 페이스북에 올린 멕시코 마약 카르텔 총격으로 희생된 미국인 가족. [페이스북=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치와와·소노라주 사이 도로에서 벌어진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무차별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동 8명의 생존기가 전해졌다. 이 아이들은 엄마의 희생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증언했다.
 
6일 AP통신 등은 카르텔 조직의 무차별 총격에서 빠져나온 뒤 22.5㎞를 도망쳐 살아남은 아이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가족은 이날 3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치와와를 떠나 이웃 소노라주까지 이동하던 중 무차별 총격을 받았다. 이 총격으로 일가족 9명이 피살됐다. 숨진 일가족 9명에는 로니타 레바론, 도나와 크리스티나 랑포드 부부 등 어른 3명과 8개월 된 쌍둥이와 8세·10세 등 어린이 6명이 포함됐다.
 
아론 스태돈(오른쪽) 등 미국인 희생자 친지들이 5일(현지시간) 슬픔에 빠져있다. [AP=연합뉴스]

아론 스태돈(오른쪽) 등 미국인 희생자 친지들이 5일(현지시간) 슬픔에 빠져있다. [AP=연합뉴스]

한 아이는 3대의 승용차 중 한 대를 몰던 엄마가 용기 있게 나선 덕분에 자신들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총격범들이 길을 막아서자 SUV 서버번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한 엄마가 위험을 직감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 엄마는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을 들고 약 15m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했다. 자신이 총격범을 유인하는 동안 아이들을 도망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엄마의 생각대로 총격범은 여성에게 총구를 겨눴고, 그 사이 아이들은 차량을 빠져나와 비포장도로 옆 수풀 더미에 몸을 숨겼다.
 
총격범들은 엄마의 투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참하게 총을 쏘았다. 또 나머지 두 대 중 한 대의 차량에는 불을 질러 차량에 남아있던 탑승자들을 숨지게 했다.
 
총격범들이 총격과 방화를 하는 동안 몸을 숨긴 아이들 8명은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22.5㎞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했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의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불에 탄 차량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의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불에 탄 차량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명 아이들 중엔 13세 남아, 9세 여아를 비롯해 겨우 걸음마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아도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친척들에 의해 구조된 데빈 블레이크 랭퍼드(13)는 "엄마와 형제들이 총에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아이들을 어떻게든 숨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뭇가지로 몸을 숨기고 수풀 속으로 기어서 들어갔다"라고 증언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8명 가운데 5명은 총상을 입은 채로 발견됐다. 동생 코디 그레이슨 랭퍼드(8)는 턱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린 채로 기어가다 중 구조됐다. 아이들은 멕시코군 헬기 편으로 미 애리조나주 병원으로 이송했고, 다치지 않은 3명은 소노라주 라모라 마을에서 친척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이들 가족은 모르몬교의 한 분파가 모여 사는 멕시코 북부 라모라 지역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당국은 총격범들이 이들의 차량을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총격을 저지른 카르텔 조직이 멕시코 북부 후아레스 마약 카르텔의 무장분파인 '라 리네아'('선'이라는 뜻)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친지인 아론 스태돈이 5일(현지시간) 마약 조직 총격으로 희생당한 친척인 로니타 밀러가 쌍둥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여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친지인 아론 스태돈이 5일(현지시간) 마약 조직 총격으로 희생당한 친척인 로니타 밀러가 쌍둥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여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 마약 카르텔 조직원은 시날로아 카르텔 관할 영역에 들어와 매복하고 있다가 경쟁 조직원들을 공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타주의 훌륭한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 총질을 하는 잔인한 마약 카르텔 사이에 껴서 위대한 미국인이 살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멕시코가 이런 괴물들을 치워버리는 데 도움이 필요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미국은 준비돼 있으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그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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