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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올해 마크롱에 64조원 선물 보따리 안긴 이유는?

중앙일보 2019.11.07 11:5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맞춰 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약 150억 달러(약 17조 4000억원)의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6일 무역과 금융,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다.
6일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표정이 밝다. [AP=연합뉴스]

6일 베이징에서 손을 맞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표정이 밝다. [AP=연합뉴스]

프랑스산 돼지가 중국에 들어오게 됐고 에어버스 A350 기종도 중국에 대량 수출된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또 ‘중국-프랑스 관계 행동계획’에도 서명해 양국 금융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중국의 향후 유럽 및 서방과의 교류 중심을
집권 말기에 경제 침체인 메르켈의 독일에서
강한 대통령제 젊은 마크롱의 프랑스로 이전

시 주석은 지난 3월 프랑스 방문 때도 400억 달러의 경제 협력을 체결했다. 올해에만 프랑스에 550억 달러(약 63조 8000억원)의 선물을 안긴 셈이다. 특히 시 주석은 4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2박 3일 일정에 거의 모두 동행하는 성의를 보였다.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한 이유는 무언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중국이 향후 유럽 및 서방과의 교류 중심에 프랑스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왕이웨이(王義桅)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국제사무연구소 소장이 7일 홍콩 명보(明報)에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은 서방과의 교류 중심을 독일에서 점차 프랑스로 이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글로벌 이슈에서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독일은 경제가 점차 하강 곡선을 그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말기로 접어들고 있는 게 배경이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중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의 안내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을 걷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중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의 안내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을 걷고 있다. [UPI=연합뉴스]

반면 ‘제왕식’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는 젊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끌며 유럽에서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어 중국의 특별 관심 국가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외교와 다자협력, 기후변화 문제 등에서 프랑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두 번째는 프랑스와의 협력 강화가 미국 견제에 유용하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6일 마크롱 대통령에게 “중국이 최근 프랑스에서 유로화 표시 채권 40억 유로어치를 발행했다”며 “이번 채권발행은 중국이 파리 국제금융센터 건설을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패권을 부수기 위한 중-프 협력이란 이야기다. 또 다자무역체계 수호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기후변화 등에 있어서 프랑스와의 협력을 강조해 이와는 정반대 행보를 걷는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도 시 주석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는 “프랑스와 중국 간 이견에 대해선 ‘상호존중’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호존중’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협상의 기본 정신으로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원칙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홍콩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 주석에 “유럽이 공유하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지만, 대체적으론 “대화와 자제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한 세 번째 이유는 중국의 초대에 응하면 후한 보상이 따른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참가한 국제수입박람회에 미국 등 대다수 나라가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참가가 중국으로선 여간 고마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마크롱 대통령의 권유로 프랑스산 포도주를 호쾌하게 들이켜는 사진이 찍힌 건 우연이 아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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