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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들 "효과 봤다" 품절된 동물구충제…의협 "근거 없다"

중앙일보 2019.11.07 11:09
대한의사협회가 일부 말기 암 환자가 복용한다는 동물 구충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7일 대한의사협회는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효능 및 안전성 관련 의견 제시’라는 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람 대상 항암효과 임상적 근거 없다. 안전성 확인 안 돼”
식약처도 위험성 경고..청와대 게시판에 “정부가 시험해달라” 청원

 
의협은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된 약품”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암환자가 “펜벤다졸이 기생충 감염 치료 효과 외에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와 동물 실험으로 나온 결과”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 현재까지 사람에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이 나온 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에서 치료 효과를 봤다는 주장과 관련,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면서 펜벤다졸과 함께 기타 보충제를 복용했다. 펜벤다졸이 효과를 낸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 [유튜브 영상 캡쳐]

개 구충제 펜벤다졸. [유튜브 영상 캡쳐]

의협에 따르면 펜벤다졸은 동물에서 구토, 설사,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고용량을 복용할 땐 독성 간염이 발생한 사례가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적이 있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펜벤다졸 임상, 정부가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등장했다. [사진 청와대 게시판 캡처]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펜벤다졸 임상, 정부가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등장했다. [사진 청와대 게시판 캡처]

펜벤다졸이 관심을 끌게 된 건 지난 9월부터 해외에서 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을 치료했다는 유튜브 영상들이 게재되면서다. 이후 국내 암환자 커뮤니티 등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며 구충제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약국에서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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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 펜벤다졸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복용 자제를 권고했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정부의 만류에도 혼란이 이어지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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