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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가입자 절반이 중도 해지, 왜 그럴까

중앙일보 2019.11.07 09:00

[더,오래]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4)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즈음 노후자금 15억원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얼마씩 저축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들은 개인연금 마케팅을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개인연금의 유지율은 얼마였을까? 딱 51%다. 절반은 도중에 깼다는 얘기다. 10년도 유지 못 하는 개인연금 무엇이 문제였을까?
 
중간에 무리하게 집을 사는 바람에 대출 원리금 부담이 컸을 수 있고, 자녀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학원비를 벌려고 했을 수 있다. 예상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해약하고 차를 샀을 수도 있고, 둘째 자녀를 출산하고 외벌이로 경력단절되면서 버는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 생활비가 모자랐을 수도 있고, 안타깝게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을 수도 있다.
 
10년 가까이 불입하다가 깼다면 쌓였던 이자는 날아가고 본전만 겨우 차렸을 거고, 3년 된 거라면 해약할 때 보험사에서 떼가는 미상각 신계약비까지 30% 이상 손해를 봤을 것이다. 어찌 보면 무리한 연금가입을 종용했던 보험설계사의 책임이거나, 부부와 둘러앉아 훈훈하게 진행되던 재무상담의 합리적인 설계였지만 계약 후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 받은 탓이거나, 자신이 미래에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월수입과 지출을 바탕으로만 할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가정하는 중장기 현금흐름분석이 필요하다. 현금 흐름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 [사진 pxhere]

현재의 월수입과 지출을 바탕으로만 할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가정하는 중장기 현금흐름분석이 필요하다. 현금 흐름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 [사진 pxhere]

 
사람의 생사화복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보편적인 위험요인은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보험리모델링이나 상품판매 중심의 재무설계 방식은 이러한 위험을 놓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현재 소득과 주거생활비, 교육비는 얼마인데 보험료와 저축은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현재 남는 잉여자금을 갖고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이 주요 화두다. 그들이 어떤 삶의 비전을 가졌는지,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해 어떤 삶의 대안이 필요한지 ‘사람’ 얘기가 없다.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종잣돈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대출전략은 가르쳐주지만 그 가정에 집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10년 이상의 대출금 상환에 따르는 재무적 위험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현재의 월수입과 지출을 바탕으로만 할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가정하는 중장기 현금흐름분석이 필요하다. 현금흐름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경영분석을 할 때 ‘현금흐름분석’ 이 필수다. 기업의 예상 매출과 손익분석, 투자계획을 바탕으로 부채의 상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가정경제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래 현금흐름분석이 중요하다.
 
금융회사에서 상담할 때 중장기적 현금흐름분석을 꺼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거나 실상 그렇게 예측하고 보여주는 것이 상품가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보유자산의 ‘수익률’을 가정해 미래의 자산 상황을 가정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연도별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이다. 연간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면 연간 수지가 나타나는데 이는 미래의 예상 소득과 생활비, 자녀교육비,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액 등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수준이다.
 
그동안 익숙한 월간수지분석은 현재 남는 돈(잉여자금)을 가지고 자녀대학자금, 노후자금 등 보편적인 목적자금을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중장기 현금흐름분석은 경제적인 소득 외에 가족 구성원이 갖고 있는 돈에 대한 태도와 습관, 재능과 비전 등 내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 삶을 계획하고 삶의 위험요소를 대비하는 생애설계방식이다.
 
긴 인생을 볼 때 '누가 얼마만큼 오랫동안 현금 흐름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그 안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출을 관리하고 기회비용을 잃지 않도록 재무 목표를 잡아야 한다. [사진 pxhere]

긴 인생을 볼 때 '누가 얼마만큼 오랫동안 현금 흐름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그 안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출을 관리하고 기회비용을 잃지 않도록 재무 목표를 잡아야 한다. [사진 pxhere]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거나 이직이나 퇴사를 하는 등에 따른 재무적 결정을 내릴 경우의 미래 현금흐름 변화 추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긴 안목에서 재무 목표의 우선순위와 완급을 조정하고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라면 당분간 전세대출금을 갚는 데 집중하면서도 출산 후 맞벌이가 가능할 때 본격적인 저축을 시작할 수 있다. 노후준비는 빨리할수록 좋다는 말에 변액연금을 무리하게 가입했다가 2년 뒤 전세 만기가 되어 보증금이 부족해서 해약하는 흔한 경우도 방지할 수 있다.
 
중년 세대의 경우 갑작스레 찾아오는 남편의 조기퇴직이나 임금피크제에 대비해 아내의 경제활동을 권하기도 한다. 소득이 갑자기 줄어도 소비는 쉽게 줄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에 중장기 현금흐름분석을 통해 적자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현재 이미 검소한 삶을 사는 가정에는 국민연금, 주택연금 등 공적 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긴 인생을 볼 때 ‘누가 얼마만큼 오랫동안 현금흐름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그 안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출을 관리하고 기회비용을 잃지 않도록 재무 목표를 잘 잡고 합리적인 투자로 인생의 다양한 목표를 준비한다면 분명 희망이 있다. 보험 하나 가입한다고 가정경제 해결되지 않으며 연금 하나 가입한다고 노후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시대, 결국, 현금흐름이 답이다.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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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필진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 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14년차 재무상담사. 지켜야 할 것은 건강과 돈, 자산 뿐이 아니라 관계도 포함된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지 않도록 돈도 지키고 가족관계도 지키는 가정경제 솔루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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