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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넘은 손흥민, 기도 세리머니로 전한 진심

중앙일보 2019.11.07 07:37
손흥민이 즈베즈다전 첫 골 직후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즈베즈다전 첫 골 직후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후반 12분. 팀 동료 델리 알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27ㆍ토트넘)이 문전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개인 통산 122호포.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즈베즈다전 122ㆍ123호포
득점 직후 고메스 쾌유 기원
유럽 언론도 찬사...평점 9.0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도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담담하게 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그는  TV 중계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두 손을 모은 뒤 머리를 숙이며 기도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지난 4일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른 에버턴 공격수 안드레 고메스의 쾌유를 비는 동작이었다.  
 
손흥민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멀티골을 몰아치며 한국인 유럽리그 역대 최다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7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4차전에 토트넘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었다.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에 첫 골을 터뜨렸고, 4분 뒤 기세를 살려 한 골을 추가하며 멀티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의 올 시즌 7호골이자 유럽 무대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122번째와 123번째 골.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던 한국인 유럽리그 역대 최다득점(121골) 기록을 뛰어넘은 순간이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을 거치며 121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독일)에서 20골, 레버쿠젠에서 29골을 넣었고, 현 소속팀 토트넘에서 74골을 추가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두 골을 기록하고도 이렇다 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표정 변화도 없었다. 지난 4일 에버턴과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의 여파로 해석됐다. 당시 손흥민은 상대 공격수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했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고메스는 토트넘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하며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태클이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지만, 손흥민은 머리를 감싸쥐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동업자가 그라운드에서 큰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즈베즈다전을 앞두고 에버턴전의 심리적인 압박이 따라왔지만, 손흥민은 경기에 집중하며 극복해냈다.  
 
진정한 프로 정신을 보여준 손흥민에 대해 유럽 현지 언론도 찬사를 보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손흥민이 첫 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를 향해 ‘미안하다’는 입모양을 보여줬다. 기도하는 동작도 취했다. 고메스를 향한 메시지로 보였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은 두 번째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모두 안드레 고메스의 부상이 끔찍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손흥민은 골을 즐길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자제했다”고 전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선수 중 최고 평점인 9.0점을 매겼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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