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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채권 부도율 19%, P2P보다 높네…‘깜깜이 공시’가 피해 키운다

중앙일보 2019.11.07 06:00
 
크라우드펀딩 채권의 부도율이 19.3%로 공시됐다. [사진 pixabay]

크라우드펀딩 채권의 부도율이 19.3%로 공시됐다. [사진 pixabay]

 
크라우드펀딩으로 외식업체 A사의 1년 만기 채권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 199명은 지난달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사가 만기일인 지난 3월 약속한 이자(7%)는커녕 원금조차 갚을 돈이 없다며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A사는 자기네 가게에서 쓸 수 있는 코인(포인트) 등으로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무책임한 제안만 반복했다. A사는 이미 자산을 다른 업체에 팔아치우고 대표는 개인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소송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승소해도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액 투자자를 우롱한 업체가 괘씸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의 채권 부도율이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연체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P2P업계와 달리 업체별 부도율을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채권의 부도율은 6월 말 기준 19.3%로 집계됐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크라우드펀딩 채권 119건 중 23건이 만기일에 약속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는 2016년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주식+채권형) 출범 이후 처음 공시된 공식 부도율이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은 P2P대출의 연체율이 6월 말 기준 12.5%에 달해 투자 위험이 크다며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수치만 놓고 보자면 크라우드펀딩 투자의 위험이 훨씬 큰 셈이다.
 

숨겨진 투자손실률…최저 수익률은 –139%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채권 부도율에 비해 실제 투자 손실률이 더 크다. ‘영화 관객 30만명 미만이면 원금 100% 손실’ 같은 조건을 붙인 원금 보장이 되지 않은 채권(이익참가부사채) 발행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금 비보장 상품은 만기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부도’가 아닌 ‘만기 상환’으로 통계가 잡힌다. 실제 공시에 따르면 정상 상환 채권 중 최저 수익률은 무려 –139.33%나 됐다. 만기가 4~5개월인 이익참가부사채에 –50%가량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연이율로 환산하니 이런 수치가 나왔다.  
 
예결원은 만기 상환된 채권 중 이처럼 원금 손실 발생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공시하지 않았다.  
 

활성화 치중해 투자자 보호 소홀

크라우드펀딩 부도율이 처음 공시됐지만 투자 위험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는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총 부도율만 공개했을 뿐,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15곳의 업체별 부도율은 아예 공시하지 않았다. 투자자들로서는 믿을 만한 중개업체를 가릴 방법은 여전히 없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발행 건수가 적은 업체는 1건만 부도가 발생해도 부도율이 치솟을 수 있다”며 “통계적 착시현상을 막기 위해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보다는 업체의 관점에서 공시 범위를 좁게 정한 셈이다.
 
이와 달리 P2P 업계는 P2P대출이 법제화되기 전부터 협회 차원에서 업체별 연체율을 매달 공시해왔다.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P2P대출 못지않게 투자위험도가 매우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을 편리하게 한다는 취지로 이를 활성화하는 데 치중했다. 부도율 같은 부정적 정보 공개를 꺼리는 이유다. 
 
예결원 관계자는 “공시범위를 넓혀달라는 시장의 요구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고려하고 금융위원회와 협의해서 공개범위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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