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학 한번 안한 토종 소믈리에 1위…“와인 사는데 월급 다 써”

중앙일보 2019.11.07 05:00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가 와인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가 와인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와인 사는데 월급 다 쓰고, 대출받아 공부해 소믈리에 관련 자격증 땄죠.”
 

박민욱 파크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삼수끝에 ‘제18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1위
2010년 바리스타하다 와인에 눈떠
5년간 공부…소믈리에 자격증 3개
2016년부터 각종 대회 수상하며 두각

삼수 끝에 지난달 28일 열린 제18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한 박민욱(33) 파크하얏트 부산 소믈리에의 얘기다. 프랑스 농식품부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국내 대표적인 소믈리에 대회로 꼽힌다. 박 소믈리에는 이 대회에서 2017년에 3위, 2018년에 2위를 했다.  
 
해외 유학은커녕 단기 해외 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은 토종 소믈리에가 끈기와 노력으로 거둔 성과다. 부산 태생인 그를 지난 6일 파크하얏트 부산에서 만났다.   
 
하루 3시간 잠을 자면서 대회를 준비했다는 박 소믈리에는 “일할 때도 대회라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칵테일과 와인 서비스를 하고, 동료나 손님이 와인 관련 질문을 하면 심사위원에게 답하는 것처럼 설명했다”며 “평소 하던 대로 대회에 임하자 생각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가 지난달 28일 열린 '제18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가 지난달 28일 열린 '제18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25분간 진행된 대회에서 위기도 있었다고 했다. 이 대회 평가 항목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서비스, 고객 응대, 와인과 증류주 블라인드 감별 등이다. 첫 번째 위기는 와인을 마시고 와인병을 찾는 과제였다. 와인잔은 4개인데 와인병은 3개였다. 그는 “아무리 마셔도 와인잔 2개의 맛이 똑같았다”며 “순간 당황했지만 내 판단대로 두 잔은 한 병 아래에 묶고 나머지는 배열했다. 이렇게 정답을 맞힌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와인 블라인드 감별 과제에서 5종 와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두 번째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8명의 고객에서 와인 서빙을 하다 돌발 상황으로 맥주를 찾는 고객에게 제한시간 내에 서빙하는 데 성공하는 등 다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했다. 
 
박 소믈리에가 와인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바리스타로 취직한 레스토랑 ‘루꼴라스 키친’에서 소믈리에 출신 사장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면서다. 그는 “맛 감별력도 뛰어나니 소믈리에에 도전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음료문화학을 전공한 그는 소믈리에가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박민욱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사진 파크 하얏트 부산]

이때부터 그는 월급 절반을 와인 사는 데 쓰고, 나머지는 맛집 탐방에 투자했다. 전국 각지의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테이블 세팅이나 플레이팅, 서비스하는 모습까지 허투루 보지 않았다고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와인이 어울릴지 머릿속으로 늘 고민하고 공부했다고 한다. 소믈리에 관련 해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짧게는 3일, 길게는 3주간 오프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료도 적지 않아 대출을 받기도 했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결과 2015년부터 2년에 걸쳐 소믈리에 자격증 3개(FWS, CMS, WSET)를 취득했다. 2016년 ‘제3회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 소믈리에는 “맛있는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마시며 행복해하는 손님의 표정을 보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제5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그는 “대회에서 쌓은 노하우를 후배에게 나눠주고 호텔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상해 대회가 끝나면 와인 사는 데 돈 좀 덜 쓰고 월급을 모아 보려고요. 저도 장가가야죠”라고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