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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불통인가, 시의원 갑질인가…정문 통제에 운동장 이용 논란 장안초

중앙일보 2019.11.07 05:00

여태 몇십 년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권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학생 안전은 학교장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어떻게 양보합니까”

서울 한 초등학교의 시설 운영 문제를 두고 학교장과 시의원이 전면 충돌하고 있다. 시의원은 학교장이 학부모 및 교육청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장은 시의원이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장안초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병준 기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장안초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병준 기자

사건의 발단 '학교 정문'

지난 3월, 탁현주 교장이 서울 장안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했다. 부임 직후 방문객 출입 통제와 정문 폐쇄를 건의했다. ‘방배초 인질극 사건’ 이후 내려온 서울교육청 공문이 근거가 됐다. 탁 교장은 “부임 당시 낯선 사람들이 학교에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아무도 제지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당시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확인한 학교 인근 거주 성범죄자가 7명이었다. 학교 정문 통학로는 구조상 주차장 진입로를 지나 아이들에게 위험하기도 했다. 출입문을 줄이고 학교 보안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반발했다. 이들은 “정문으로 통학하던 아이들은 후문까지 걸어가라는 것이냐”며 “후문으로 가는 길도 차도를 건너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생 안전을 위해서는 정문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학교 보안관 등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수차례 학부모 간담회와 설문 등 의견 수렴 과정이 진행됐고, 지난 4월 학부모 과반수가 정문 폐쇄에 찬성해 학교 정문은 걸어 잠겼다.  
 
지난 4월 발송된 서울 장안초등학교 통신문. 학부모 설문 결과가 나와 있다. 응답 학부모 중 60.8%가 정문 폐쇄에 동의했다. 이병준 기자

지난 4월 발송된 서울 장안초등학교 통신문. 학부모 설문 결과가 나와 있다. 응답 학부모 중 60.8%가 정문 폐쇄에 동의했다. 이병준 기자

놀이터·운동장 두고도 논란

논란은 다른 학교 시설로 옮겨갔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방과 후~오후 5시까지 놀이터·운동장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찍 수업이 끝난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방과 후 놀이터나 운동장 사용을 제한하며 인근 아파트 놀이터나 공터에서 놀거나,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수업이 늦게 끝나는 학년과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학생들의 놀 권리만큼이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역시 학교가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장안초 학부모 정모(45·여)씨는 “학부모 중 맞벌이 부부가 많고, 학교 근방은 다세대 밀집 지역으로 초등학생이 마음껏 뛰놀 놀이터를 찾기 힘들다”며 “이 같은 제한은 오히려 아이들을 위험한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서울시의회와 교육청으로 번졌다. 학교 측의 결정에 반대한 학부모는 서울교육청, 지역구 국회의원 및 서울시 의원 등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을 접수한 전병주 서울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청을 통해 수차례 학교 측에 정문 개방·놀이터 및 운동장 이용 시간 정상화 등을 요구해 왔고, 학교 측은 학생 안전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서울 장안초등학교 교정 한가운데에 위치한 놀이터. 이병준 기자

서울 장안초등학교 교정 한가운데에 위치한 놀이터. 이병준 기자

유튜브 방송에 명예훼손 고소까지

이후 전 시의원은 지난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장안초 학교장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인사 조치와 행정사무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놀기 좋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는 어린이 인권 침해이자 나아가 어린이 학대다. 교장이 학교를 개인의 사유지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탁 교장은 지난 7월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전 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장안초를 행정감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전 시의원이 속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장안초에 행정감사 자료로 20여 항목의 답변 자료를 요구해왔다. 탁 교장은 “이 같은 방대한 자료 요구는 통상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직원이 자료 작성에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운동부가 존재하지도 않는 우리 학교에 ‘학교운동부 운영 현황’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시의원 요구에 불응한 학교장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 시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통상적 의정활동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한편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남대문 경찰서는 지난달 전 시의원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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