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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타다’ 기소 수수방관한 국토교통부는 응답하라

중앙일보 2019.11.07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택시(Taxi)는 라틴어 ‘Tax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전적 정의는 ‘정해진 노선이 없이 승객이 원하는 곳까지 돈을 받고 태워주는 영업용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운행 계통을 정하지 않고’로 시작하는 택시의 법률적 정의는 곧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노선은 뭔지 알겠는데 운행 계통은 도대체 무엇인가.
 

‘타다’를 법정에 세운 무책임 행정
소비자의 입장에서 법령 해석해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선이란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운행하거나 운행하려는 구간을 말한다. 운행 계통은 노선의 기점·종점과 그 기점·종점 간의 운행경로·운행거리·운행횟수 및 운행 대수를 총칭한다. 이처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일상 교통수단도 법률적 해석에 들어가면 난해함에 직면한다.
 
‘타다’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3월 택시-카풀 간 사회적 합의를 간신히 이뤄내자마자 곧바로 이어진 택시-타다 간 갈등 국면에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치열하게 논쟁했다. 그 결과 정부는 ‘혁신 성장과 상생 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러운 검찰의 ‘타다’ 기소 이후 쏟아져 나온 법률가들의 난해하고 미세한 법적 논쟁과 법리 다툼을 보면 숨이 막힌다. 이제 더는 ‘타다’ 문제에 일반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여서다.
 
10월 15일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 주행 차를 상용화하겠다며 ‘미래 차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관련 법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대로라면 자율 주행차 시대에는 운전사가 없는 여객 운송 차량이 택시가 맞는지, 아닌지를 법정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지 않아야 맞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보여준 최근 일련의 모습을 보면 장담할 수만은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해당사자들 간에 첨예한 갈등이 빈번한 업무를 맡다 보니 이를 성공적으로 중재하고 관리해온 경험이 풍부하다. 예컨대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되기 전인 1993년 8월 정부는 ‘경제 행정 규제 완화 시책’의 일환으로 전세 버스 운송 사업을 기존의 허가 대상 자동차운송사업에서 등록사업으로 변경했다. 면허·등록기준 차량 대수, 차고지 확보, 최저 자본금 등 신규 사업자의 참여 기회를 제한했던 높은 장벽을 과감히 없앴다. 사업 구역과 범위, 요금 제도 및 차령 제도까지 개편해 사업자 자율성을 향상해 창의적인 경쟁을 유도했다. 기존 면허를 소유한 업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1999년에 전면 등록제를 단행한 화물 운송사업은 더 혁명적이었다. 이후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물류 대란’으로 기억하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중재와 갈등 해소를 통해 물류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그리고 지금의 국토교통부는 2016년 8월 30일 화물 운송시장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화물 운송 시장 발전 방안(830 발전 방안)’을 통해 전면적인 업종 개편을 단행했다. 택배용으로 사용되는 자가용 화물 자동차를 합법적 틀 안으로 끌어들인 ‘830 발전 방안’이 없었다면 지금의 총알 배송과 새벽 배송도 없었을 것이다. 전세 버스와 화물 운송 업계의 저항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지금의 택시-타다 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런데도 과거엔 사회·경제적 편익 증진과 신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능동적인 행정을 펼쳤다.
 
교통부 시절부터 소비자 관점에서 법령을 해석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게 법률 개정과 입법을 추진했던 국토교통부가 지금 보여주는 무기력증을 이해하기 어렵다. 과감히 규제를 풀던 국토교통부를 다시 소환해내야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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