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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만 빼고 물갈이

중앙일보 2019.11.07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다시’ 선언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불출마 번복이 아닌, 불출마 확인 퍼포먼스란 한국 정치사에서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다. 왜 이럴까? 당시 불출마하겠다고 직·간접적으로 피력했던 김정훈·정종섭·윤상직 의원 등이 스멀스멀 다시 무대에 등장하려 해서다. 민주당 초선 이철희·표창원 불출마에 조급한 한국당으로선 비록 신선감은 떨어지나 서둘러 ‘재가공’ 상품이라도 내놓아야 했다.
 
전날 한국당 충청권 재선인 김태흠 의원은 “영남·강남의 3선 이상은 용퇴하라, 아니면 험지에 출마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뒷말만 무성하고 눈치 보기 바쁜 한국당에서 중진 책임론을 앞장서 외친 건 나름 호기로운 행동이다. 하지만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이랬다. “자기는 재선이라고….”
 
한국당에서 최근 황교안 대표를 향해 그나마 입바른 소리를 내는 건 신상진(4선)·김용태(3선) 의원 정도다. 이들에게 당 중책을 맡기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당 지도부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자 가산점” 운운하자 곧바로 황 대표 주변에서 “해당 행위”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당 분위기 아니던가. 공수처 설치를 대놓고 반대한 금태섭 의원을 총선기획단에 합류시킨 민주당과는 천양지차다.
 
결국 “물갈이는 필요하다. 대신 나만 빼고”라는 이 콩가루 정당에 칼을 댈 이는 황 대표밖에 없는 듯싶다. 여태 정치 신인이기에, 관료 출신이기에 상상력도 정교함도 부족했다는 건 본인도 일부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황 대표의 자기희생 아닐까. 자신은 격전지로 출마하면서 측근 그룹인 영남 친박을 과감히 도려내는 거 말이다. 머뭇거리기엔 시간이 길지 않아 보인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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