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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팬들이 영입하라고 난리 난 이지풍 코치

중앙일보 2019.11.07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이지풍 코치가 SK 와이번스 선수들 체력을 책임진다. SK는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지면서 1위를 놓쳤다. 이 코치는 ’임무가 막중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이지풍 코치가 SK 와이번스 선수들 체력을 책임진다. SK는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지면서 1위를 놓쳤다. 이 코치는 ’임무가 막중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OO야, 일해라”

키움·KT 이어 SK 트레이닝 담당
휴식기 체력농사가 성적 좌우해
트레이닝에 주목 인력수요 늘어
류현진 성공재기도 트레이닝 덕

 
지난달 중순 이지풍(41) 트레이닝 코치가 프로야구 KT 위즈를 그만둔다는 소식이 야구계에 돌았다. 팬들은 자신의 응원 팀 이름을 부르며 “일해라”라고 독촉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서둘러 이 코치를 영입하라’는 뜻이다. 밥 먹듯 우승하는 감독도, 20승 투수도 아닌데 모두 그를 원했다. 지난달 27일 이 코치가 다음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컨디셔닝 부문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팀 팬들은 아쉬워했다.

 
이 코치가 누구길래 야구팬까지 사로잡았을까.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이 코치는 “SK 외의 다른 팀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 트레이닝에 관한 소신이 강해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이미지 탓인 것 같다”며 웃었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일을 시작한 이 코치가 주목받은 건, 2014년 넥센 히어로즈 타자들 홈런이 비약적으로 늘면서다. 팀 홈런이 125개(2013년)에서 199개(2014년)로 급증했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52개, 강정호가 40개를 쳤다. 특히 전 시즌 홈런 7개였던 유한준(KT)은 1년 만에 20홈런을 쳤다.

 
변화의 비법은  ‘벌크업(몸집 키우기)’이다. 이 코치는 선수 개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준다. 지난해 이 코치가 KT로 자리를 옮기자, KT 홈런 수가 119개(2017년)→206개(2018년)로 껑충 뛰었다. 기술 훈련 덕도 있지만, 이 코치의 트레이닝이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 코치는 웨이트 트레이닝뿐 아니라, 부상 방지, 식단 관리, 멘털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들을 돕는다. 메이저리그 방식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몸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선수의 근육 상태를 점검하는 이 코치.

선수의 근육 상태를 점검하는 이 코치.

넥센 감독 시절 이 코치의 전문성을 눈여겨본 염경엽(51) SK 감독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 코치를 영입했다. 손차훈(49) SK 단장은 “우리 선수들 체력이 여름에 저하되면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그게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이 코치에게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SK는 올 시즌 7월까지 승률 0.670으로 1위였다. 하지만 8월 0.520(5위), 9월 0.444(8위) 등으로 하락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두산 베어스에 내줬다.

 
이 코치는 “체력 농사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선수를 한 명씩 만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라며 “SK가 올해 88승이다. 이미 잘하는 팀이다. 더 잘하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열 손가락에 우승 반지 낄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코치는 한국 야구에서 트레이닝 분야의 위상을 확실히 바꿔놓았다. 사실 그간 트레이닝 분야는 찬밥 신세였다. 박봉에 인력도 부족했다. 이 코치는 “초봉이 2000만원 정도였다. 1000만원대 트레이너도 많았다. 1, 2군 통틀어 트레이닝 인력이 2~4명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식 웨이트 트레이닝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이 늘었다. 이 코치는 “지난 15년간 연봉이 4배 정도 올랐다. 인력도 2배 늘었다”며 흐뭇해했다.

 
이지풍 코치

이지풍 코치

어깨 수술로 선수 생명이 위기였던 류현진(32)도 트레이닝을 잘 받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류현진을 도와준 이가 이 코치의 스승인 김용일(52) 코치다. 김 코치는 프로야구 1호 트레이닝 코치다. 이 코치는 “김용일 코치님 등 많은 선배가 길을 잘 닦아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작 이 코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 합니다. 팔 근육이 너무 부풀어 오르면 답답한 느낌이 들어요. 원래 공부 잘하는 사람이 제일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잖아요. 트레이닝 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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