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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형처럼 U-17도 월드컵 결승 가자

중앙일보 2019.11.07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최민서가 U-17 월드컵 16강전 앙골라전에서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한국은 이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연합뉴스]

최민서가 U-17 월드컵 16강전 앙골라전에서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한국은 이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연합뉴스]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20세 이하 대표팀 형들의 ‘폴란드 신화’를 재현할 기세다.  
 

한국, 앙골라 1-0 꺾고 8강 진출
U-20월드컵 준우승 때와 비슷해
희생적인 플레이와 팔색조 전술
일본-멕시코전 이긴 팀과 8강전

한국은 6일(한국시각)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올림피쿠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앙골라를 1-0으로 꺾었다. 손흥민(27·토트넘)이 활약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이자, 1987년까지 포함하면 통산 세 번째 8강행이다.
지난 6월15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패한 뒤 우는 골키퍼 이광연을 위로하는 이강인. [연합뉴스]

지난 6월15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패한 뒤 우는 골키퍼 이광연을 위로하는 이강인. [연합뉴스]

6월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 오버랩된다. 당시 이강인(18·발렌시아)을 중심으로 한 U-20 대표팀은 깜짝 준우승을 거뒀다. 재밌는 점은 U-17 대표팀이 형들 발자취를 비슷하게 따르는 점이다.  
 
U-17 팀은 U-20 팀처럼 ‘죽음의 조’에서 2승1패를 기록,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U-20 팀은 1승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남미 팀(아르헨티나)을 2-1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U-17 팀도1승1패 후 3차전에서 남미 팀(칠레)을 2-1로 눌렀다. U-20 팀은 16강전에서 오세훈(20·아산)의 결승골로 일본을 1-0으로 물리쳤다. U-17 팀도 16강전에서 최민서(17·포항제철고)의 결승골로 앙골라에 1-0으로 승리했다. 상대만 달랐을 뿐, 스코어까지 일치한다. 
최민서에게 음료수를 먹여주는 동료 정상빈. [연합뉴스]

최민서에게 음료수를 먹여주는 동료 정상빈. [연합뉴스]

한국은 전반 32분 정상빈(17·경기 매탄고)이 슛한 공이 골키퍼 맞고 위로 솟아오르자, 최민서가 몸을 던져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려 했지만,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이티전에 이어 2호 골. 백기태 포항제철고 감독은 “민서는 포철고 선배 황희찬(23·잘츠부르크)처럼 저돌적이다. 자세가 무너져도 어떻게든 슛을 때리는 집념이 있다”고 칭찬했다.  
 
6일 앙골라와 U-17월드컵 16강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신송훈. [연합뉴스]

6일 앙골라와 U-17월드컵 16강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신송훈. [연합뉴스]

U-17 팀 주장 겸 골키퍼인 신송훈(17·광주 금호고)은 U-20 팀 골키퍼 ‘빛광연’ 이광연(20·강원)을 연상시킨다. 신송훈은 앙골라전 후반 헤딩슛과 막판 중거리슛을 몸을 던져 막았다. 이광연은 키가 1m84㎝로, 골키퍼 치고는 작은 편이다. 신송훈은 그보다도 4㎝ 더 작다.
 
U-17 팀은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생이 주축이다. 2001년생 이강인은U-20 월드컵을 앞두고 “우승이 목표”라고 했는데, 2002년생들도 형 못지않게 자신감이 넘친다.  
U-17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로 향하기 전 적은 최민서의 각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U-17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로 향하기 전 적은 최민서의 각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브라질로 향하기 전 각오를 적어 이를 브라질 숙소에 붙여놨는데, 미드필더 오재혁(17·포항제철고)은 ‘상대는 상관없지, 우리는 다 이기지’라고 랩을 하듯 적었다. 정상빈은 ‘FIFA 대회 첫 우승’, 수비수 홍성욱(17·부산 부경고)은 ‘7경기 하고 한국 돌아오기’라고 썼다. 선수 대부분이 ‘희생’이란 단어도 함께 적었다.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육탄방어를 펼쳤다.
 
최민서를 안아주는 김정수 감독. [연합뉴스]

최민서를 안아주는 김정수 감독. [연합뉴스]

한국의 선전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김정수(45) U-17 팀 감독 리더십이다. 선수 시절 대전·부천 등에서 뛰었던 김 감독은 정정용(50) U-20 팀 감독처럼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2015년 U-17 월드컵 당시 코치를 맡아 최진철 감독을 보좌했다. 한국은 당시 16강전에서 벨기에에 졌다.  
 
그로부터 4년.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정정용 감독처럼 팔색조 전술을 펼쳤다. 강호 칠레를 맞아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고, 앙골라전에는 선수비 후역습을 구사했다. 10일간 4경기를 치른 선수들 체력을 고려한 선택이다. 김 감독은 앙골라 지투를 꽁꽁 묶은 왼쪽 수비수 이태석(17·서울 오산고)을 향해 “좀 쉬었으면 이제 잘해야지”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1차전에서 퇴장당해 2차전을 못 뛴 이태석을 돌려서 칭찬한 것이다. 이태석은 이을용 전 서울 감독 아들이다.
U-17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뒤 기뻐하는 리틀 태극전사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U-17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뒤 기뻐하는 리틀 태극전사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올해 유독 연령별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한다. K리그 유스 시스템의 저력이다. U-17 팀 21명 중 16명이 프로구단 유스팀 소속이다. 특히 포항 유스팀인 포철고 소속만 7명이다. 또 대한축구협회가 2014년 시작한 유소년 육성프로그램 ‘골든 에이지’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협회는 12~15세 선수를 중심으로 지역·광역·합동 광역별로 영재센터를 운영 중이다. U-17 팀의 경우 9월 잉글랜드에서 브라질, 잉글랜드 등과 평가전을 통해 경험도 쌓았다.
 
한국은 일본-멕시코 16강전(7일) 승자와 11일 오전 8시 비토리아에서 8강전을 치른다. 한 네티즌이 재미있는 댓글을 적었다. ‘2010년 7월 지소연이 이끈 대표팀이 U-20 여자 월드컵 4강에 올랐고, 그해 9월 여민지가 이끈 대표팀은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2019년에는 남자 차례인가?’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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