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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사과에도···노영민 줄다리기만 하다 파행된 예결위

중앙일보 2019.11.06 17:47
지난 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강기정 정무수석의 고함 소동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6일 예정됐던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가 파행했다. 여야가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두차례 회의가 미뤄진 끝에 결국 열리지 못했다. 이날 무산된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에 하기로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날 회의는 강 수석의 고성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오전 10전에 예정된 회의가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임현동 기자 /20191106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날 회의는 강 수석의 고성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오전 10전에 예정된 회의가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임현동 기자 /20191106

①뭐가 문제였나=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고함을 질러 정회 소동을 빚은 일과 관련해 강 수석 대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결위에 나와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예결위원 전원이 불출석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1일 운영위에서 강 수석 본인이 사과해 일단락됐던 사건을 다시 예결위에 끌어와서는 안 된다”(예결위 민주당 간사 전해철 의원)며 반대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심사할 때 첫 회의 외의 다른 회의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②왜 강기정 말고 노영민인가=예결위 회의가 파행되기에 앞서 강 수석은 이날 오전 예결위에 출석해 회의가 개의되기를 기다렸다. 강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감사에서 불쑥 끼어든 것은 백번 제가 잘못한 것”이라며 “필요하면 백번 사과하겠다. 책임지라면 얼마든지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노 실장이 직접 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질의를 듣던 중 강기정 정무수석(왼쪽) 등과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질의를 듣던 중 강기정 정무수석(왼쪽) 등과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노 실장 출석을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강 수석을 더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현재 청와대에 가장 책임 있는 직책인 비서실장이 와서 국회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미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저는 강 수석이 더는 국회에 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예결위 바른미래당 간사 지상욱 의원은 “우리가 해임을 요구하는 사람이 와서 사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청와대에서 가장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비서실장이 나와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무수석더러 국회를 오지 말라니 그게 어불성설 아니냐”고 말했다. 오후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출석했지만, 지 의원은 “정책실장은 어제(5일)도 왔다. 의미가 없다”고 했다.
 
6일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이어가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운영위원회 고성 논란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된 가운데 김상조 정책실장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이어가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운영위원회 고성 논란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된 가운데 김상조 정책실장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오른쪽)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③노영민 출석 없는데 왜 8일 합의했나=여야 3당 간사는 이날 하지 못한 예산안 심사를 종합정책질의(7일)가 끝난 이후인 8일에 하기로 합의했다. 8일 오전 역시 김상조 정책실장이 출석한다. 야당의 노 실장 출석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도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이다. 전 의원은 “오늘 회의를 안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데, 야당이 그렇게 요구를 해서 양보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7일 열리는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강 수석 문제를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 의원은 “이 총리에게 대국민 사과를 받겠다”며 “노 실장보다 더 윗선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비서실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지 의원은 “(비서실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굉장히 입장이 단호하다”고 했다.
 
국무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전체회의가 파행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뉴스1]

국무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전체회의가 파행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뉴스1]

이날 예결위에 출석한 국무위원 등은 5시간 43분 동안 대기하다 자리를 떴다. 앞서 예결위는 종합정책질의가 잡힌 지난달 29일에도 야당이 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한 반박자료를 만든 기획재정부와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내부에 공유한 경찰청에 대해 각각 홍남기 경제부총리,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다 파행됐다. 질의다운 질의는 나오지 못했고, 이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은 약 7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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