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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용퇴론에···홍준표 "친박서 말 갈아탄 십상시 정치쇼"

중앙일보 2019.11.06 16:41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연합뉴스]

“선거 때 되면 늘상 나오는 이야기 아닙니까? 분위기를 좀 봅시다.”
 
이른바 ‘김태흠 리스트’에 포함된 한 3선 의원은 6일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들썩들썩하니까 우리도 뭔가 보여주긴 해야 하지만 강요당한 희생이 국민 눈에는 ‘쇼’처럼 보일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충남 재선인 김태흠(보령-서천) 의원은 5일 성명서를 내고 영남권과 서울 강남 등 강세지역 내 3선 이상 중진과 원외 인사들은 용퇴하거나 수도권의 험지에서 출마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의 김무성(6선) 의원 등 모두 16명이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사실 김태흠 의원의 요구가 ‘파격적’은 것은 아니다. 올 초부터 당 일각에서 TK(대구·경북)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물갈이론’이 꾸준히 나왔다. 충청권의 한 재선 의원은 “초·재선 의원 중에서 김태흠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중량급 원외 인사들은 굳이 누가 나와도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서 선거를 치를 게 아니라 여당과 치열하게 맞붙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곳에 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면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대표 측 일부 인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당시 이회창 총재는 김윤환·신상우 등 민정계·민주계 중진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며 새로운 인물들로 대체했다. 원희룡·오세훈 등의 인사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 ‘새 얼굴’로 기회를 얻었고 이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간판이 됐다. 
 
하지만 막상 김 의원이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를 요구하고, 뒤이어 초선 의원들도 이와 관련해 7일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분위기가 확산하자 ‘용퇴론’의 대상으로 지목받는 의원들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또 이 중 일부는 “적폐 다루듯이 한다”며 불쾌한 심경도 내비치고 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루 뒤 열린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들어서던 유기준(부산 서-동·4선) 의원은 옆에 있던 정우택(청주상당· 4선) 의원에게 “용퇴를 하면 영남·강남·충남까지 3남으로 하면 어떻겠냐”며 “충남은 재선까지 낮추자”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농담조였지만 김태흠 의원이 충남 재선이라는 점을 겨냥한 뼈 있는 발언이다. 
 
유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많은 의원의 의견을 모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특정 지역을 정해서 발언을 했는데, 본인(김태흠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통해 정치 활동 재개를 노리던 대선주자급 원외 인사들도 떨떠름하긴 마찬가지다. 대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영남권 출마를 검토 중인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가 거론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최정동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최정동 기자

 
이와 관련해 홍 전 대표는 ‘용퇴론’을 겨냥해 6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십상시(十常侍)’를 거론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제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충남·대전의 K·L’ 등을 적시한 뒤, “20대 국회가 개원되고 난 뒤 당내 분란의 중심이 된 소위 친위대 재선 4인방의 횡포에 의원들은 할 말도 못하고 눈치 보기 바빴고 당의 기강은 무너져 내렸다…공공연히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십상시 정치’를 하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국당 안에선 ‘K 의원’은 김태흠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본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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