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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202만명 검토…비판 자초한 교육부 학종 실태조사

중앙일보 2019.11.06 07:00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서울·고려·연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상과 달리 학종에서 특목고·자사고를 우대한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수 등 사회지도층의 입시 비리를 적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이달 내 대입 개선안을 확정·발표해야 하는 교육부가 '명분 쌓기'에 급급해 비판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주만에 202만명분 자료 검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월 26일 당·정·청 비공개 협의 후 학종 실태조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까지 대학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2주간 실태조사했다. 
 
2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최근 4년간 대입 수시에 지원한 202만명분의 자료를 검토했다. 단순 계산하면 불과 2주만에 1명이 약 8만400건을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선 "수시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통계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료 제출도 늦어졌다. 그래서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지나치게 일정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정''가능성'…명확한 증거 제시 못해

5일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각 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률을 따져보니 과학고·영재학교-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높았고,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 등급은 반대였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런 서열화 양상을 공식 확인한 건 의미가 있지만, 이를 학종이란 대입제도의 문제로 돌리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언론 보도나 사교육업체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인과관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진학에 경쟁력이 있는 아이들이 특정 고교유형에 몰려 있고 그것이 입시 결과에 반영돼 나타난 것인데 학종의 문제점으로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고교 유형별 합격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교 유형별 합격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교육부는 서류평가 시스템을 통해 과거 졸업자 진학 실적이나 고교유형별 평균 등급을 제공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특정한 고교 유형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평가자가 시스템에서 지원자의 출신 고교 졸업생의 진학 현황, 학점 등을 확인했는데, 이런 정보를 평가에 반영했다면 '고교등급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교육부 스스로도 이날 발표에서 "추정""가능성"이라고만 언급했다. 입학사정관들은 교육부가 학종의 특성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교육부가 지적한 학교 정보는 지원자의 당락엔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고교 진학 교사는 "해당 정보는 평가자에 따라 교육부의 추정과 반대로 일반고 학생를 배려하는 정보로 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에게 친숙하지 않은 일반고 출신 학생을 평가할 때 향후 발전가능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가자가 실제 해당 정보를 열람했는 지, 어떻게 활용했는 지 구체적인 맥락과 사례 없이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서류평가 시스템 접속 시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9년 서류평가 시스템 접속 시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제2의 조국 자녀'는 못 찾아

반면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부정 논란 이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고, 입시 개편 논의 시발점이 된 교직원 소속 자녀의 입학 비리를 밝히지 못했다.
 
이날 발표에서 교육부는 "교직원 자녀가 해당 대학 또는 부모 소속 학과에 합격한 경우가 있으나 회피·제척은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한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추가 조사 등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의 금지 사항 기재, 표절에 대한 일부 대학의 제재가 미흡했던 점, 기재 금지 규정을 회피하는 편법 기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입학처장은 "이는 교육부가 대학에 직간접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이다. 사실상 '재탕'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졸속 조사로 정시 확대 명분 쌓아" 

이 때문에 학종에 긍정적인 대학,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교원단체에선 "교육부가 정시 확대의 명분을 쌓기 위해 졸속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의 박태훈 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재금지 사항에 대한 조치가 미진했던 일부 대학은 개선해야겠지만 이 정도로 학생부 종합전형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동하 정책위원도 "자사고·특목고 쏠림은 수능에서 한층 더 심한데, 교육부가 이를 학종의 문제만으로 돌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짧았던 조사 기간에 비해 고착화된 고교 서열화 양상, 서류전형의 부실 가능성, 대학의 규정 위반 등 유의미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향후 추가 조사와 특정 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천인성·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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