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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美에 올인 협상 제안···"비핵화·상응조치 일괄 담판"

중앙일보 2019.11.06 05:00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저녁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공동취재단]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저녁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공동취재단]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한 북한이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한꺼번에 일괄 담판하는 ‘올인’ 협상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5일 전했다. 북한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실무협상과 함께 정상회담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이날 “과거 북한은 자신들의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동시에 진행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동시적ㆍ단계적 해법을 요구했지만 입장을 바꿔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방식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비공개 친서와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접촉을 전후해 재차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혔다.  

소식통 "한꺼번에 일괄 논의 美에 요구"
제재 해제,체제 보장 크게 얻자 속내
미국 안 받으면 '새로운 길' 명분 축적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전략 수정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렬이 직접적 계기였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일대를 불능화 하는 대가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이런 협상안이 실패하자 대북제재와 체제안전보장 등을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일괄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의 협상 전략은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걸맞는 미국의 상응 조치를 받아낸 뒤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조치를 잘게 나누는 방식으로 협상 시간을 끌면서 다른 한편에선 미국으로부터 계속 보상을 챙기는 ‘살라미 협상술’을 구사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올인 협상’ 전략은 미국의 ‘빅 딜’ 협상안에 더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 변화가 실제로 ‘올인 협상’할 의지가 담보됐는지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미 간에 실무 협상이 충분히 진행된 게 없어 북한의 진의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북한이 협상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꿨는지, 아니면 목표는 그대로인 채 협상 전술만 다르게 들고나왔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속내가 무엇이건 북한은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자 협상의 판을 키워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안전 보장 등에서 한꺼번에 크게 양보를 약속받거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내년에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명분 축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에 이같은 제안을 한 뒤 물밑 접촉을 중단한 채 장외 압박으로만 나서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회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비롯해 금강산 관광지의 남측 시설물 철거요구, 미사일 발사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북한 제안을 받으라는 총력 압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에 올인 협상을 제안한 이후 양측은 현재 뉴욕 채널을 통한 연락관 접촉 정도만 유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전했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12월 초 쯤 실무회담을 하는 게 목표인 데 북ㆍ미 간에 이를 놓고 실제 얘기가 오가는 건 없는 만큼 현재로선12월초 회담이 열릴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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